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선언한 이후 북핵 위기의 고조로 남북경협이 지장을 받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조.야 일각에서 대북 압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남북경협의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를 마치고 16일 새벽 귀국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을 해나갈 계획이없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명했다"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부가 남북관계 속도조철에 들어간 게 아닌 가 하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심지어 국내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측들에 대해 정부는 아직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 전략에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직접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상황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서 기존 정책노선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핵 가진자와 손을 잡을 수 없다는 한마디로 남북관계가 끊기면서 북핵협상에서 우리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고 비용만 부담했다"며 93년 핵위기 상황을 상기시켰다. 반 장관의 언급은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서는 현재 진행중인사업 이외에 새로운 대규모 경제협력사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북핵문제와 남북경협을 연계시키고자 하는 게 아니라, 북핵 상황이 악화되면 새로운 대규모 경협사업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불가피하게 빠지게 될 것이라는이야기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해 6.15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축사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간 협력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 때에 대비해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언급에는 기존의 경협사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추가로 북한에게 에너지나 인프라 개선 등을 지원할 의사가 있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새로운진전을 위해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가닥을 잡아야 하는 점이 전제로 깔려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도 불구,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은 이어가겠지만 새로운 경제협력사업은 현재 분위기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추진하고 있는사업인 만큼 중단은 국내 사업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의 활로로 모색되는 개성공단의 중단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 지원을 요청해온 비료 50만t의 지원이 이뤄질 수있을 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비료지원은 북핵문제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고북한이 비료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관급회담이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당국간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1998년 이후 대북 비료지원은 남북 당국간의 원칙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온만큼 이번에도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당국간 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핵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이어지는 것은 안정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추가적인 상황악화가 생기지 않는 한 남북간 경제협력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