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핵 6자회담이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을 계기로 본격적인 위기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평양 당국이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화공존'을 부정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6자회담의 무기한 중단 및 핵무기 제조.보유를 `선언'한 데 이어, 앞으로 자위의 차원에서 핵무기 확대 대책을 취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5개국이 이 같은 북한의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하느냐가 6자회담의 파국 여부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2기 행정부를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응은 일단은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계기로 제4차 6자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상황에서 이 같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 만큼 먼저 그 저변에 깔린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야말로 핵무기 보유 쪽으로 확실하게 입장을 정한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있을 협상을 위해 `판돈'을 키우기 위한 전략인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금까지 6자회담이라는 큰 틀 자체를 부정해오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북한이 부정적인 것인지는, 좀 더 표면상의 이유와 그 이면을 전반적으로 파악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를 찬찬히 뜯어보면 6자회담 참여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6자회담에 `미련'을 두고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북측이 이날 발표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원했지만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였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이 부분은 뒤집어 보면 북한이 부시 2기 행정부를 겨냥해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있는 명분과 함께, 향후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주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표현'은 삼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의 `평화공존'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거나 대북 정책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망했음 직하다. 이에 따라 6자회담 관련국들은 이번 설 연휴 직후 이뤄질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대외연락부장 등의 방북을 통 평양 당국의 진의를 타진하는 한편, 오는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릴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간의 회담에서 북한 발표의 진의를 분석하고 향후 시나리오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이 외교장관회담 과정에서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의 기정사실화와 핵무기 확대 대책 추진 부분을 어떻게 평가할 지는 매우 핵심적인 대목이다. 이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을 `협상용'으로 평가할 지 여부와 함께,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일 경우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이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조.야의 대북 강경파들은 `6자회담은 북한에게 핵무기를 만들고 늘릴 수 있는 시간만을 주고 있다'는 취지로 `6자회담의 무용성'을 홍보하면서 부시 2기 행정부에게 대북 강경책을 촉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 같은 대북 강경책을 부시 2기 정부가 수용할 경우, 북핵 문제는 유엔안보리 회부 등에 이은 대북 경제제재 등의 극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6자회담의 틀도 급속히 와해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