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일 상황이 과연 히틀러의 나치세력집권 전야와 흡사한 상황인가?" 독일에서 최근 히틀러를 추종하는 신(新)나치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가운데 야당당수가 현재의 상황을 히틀러 집권 직전 당시에 비유하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 여야간에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공방의 계기는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주(州) 지사가 6일자 디 벨트 일요판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올해 1월 실업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선 것은 1930년대 이래처음"이라면서 집권 사회민주당ㆍ녹색당 연립정부(적녹연정)를 비판한 발언. 기독교사회연합 당수를 겸한 슈토이버 주지사는 인터뷰에서 "실업자가 최대규모였던 1932년의 열악한 경제상황은 이듬해 히틀러가 총리에 임명되고 나치(국가사회주의당)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여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가을 동독지역 작센주 총선에서 신나치 정당인 국가민주당(NPD)이 1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으며 사상 처음 주의회에 진출한 것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적녹연정의 경제정책 실패와 무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안겔라 메르헬 당수도 뉴스전문 방송 N24 인터뷰에서 극우파들이 슈뢰더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와 대량실업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부추겨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벨라 안다 정부 대변인은 "슈토이버 지사가 인기를 끌어보려 했으나오히려 가장 저열한 수준의 발언을 함으로써 그가 극우파 문제를 정치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 않음을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당수는 "슈토이버가 신나치 문제를 사민당에 대항하는수단으로 삼는 중대 실책을 저질렀다"고 규탄했으며, 폴커 벡 녹색당 원내총무는 "슈토이버는 어리석고 상스럽다는 점만 드러냈다"고 일축했다. 반면 메르헬 기민련 당수는 "좌우 양쪽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가장 좋은 방안은 `합리적인 경제상황'의 조성"이라면서 "총리와 적녹연정이 그동안 이러한 경제를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뮌터페링 사민당수는 "민주적 정당들 간의 책임론 다툼은 오히려 신 나치세력의 힘을 더 키워줄 뿐"이라며 "독일의 모든 민주주의자들이 극우파에 대항하는데 함께 전력을 기울이자"며 한 발 물러서면서 파문을 진화하려 했다. 독일 언론은 현 상황을 히틀러 집권 전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며 극우파를 부추길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서 야당의 태도를 `위험한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은 뮌터페링 사민당수가 "사민당이나 보수 야당이나 극우파 발흥에 책임이없으며 오직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량실업과 심각한 경제난이 극우파 득세와 무관하지 않음에도 여당 당수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수년 전부터 신(新)나치 세력이, 오랜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서민들의불만을 파고들며 급속하게 세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지방선거에서 국가민주당(NPD)이 작센주, 독일민중연합(DVU)이 브란덴브루크주에서 각각 9.2%와 6.1% 의 지지율로 사상 처음 의회에 진출했다. 지난달 21일 작센주(州) 의회의 나치 희생자 추모 기립 묵념 행사에서 NPD 소속의원 12명은 묵념을 거부하고 퇴장하면서 오히려 2차대전 말 연합군의 폭격으로 독일인이 사망한 일이 `폭탄에 의한 홀로코스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우정당들은 연방하원에도 진출하기 위해 내년 연방 총선에서 선거연합을 구성키로 합의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특히 나치 독일의 2차대전 항복 60주년인 오는 5월 8일 베를린에서 `해방 60주년 이라는 거짓말에 반대하며"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독일 정치권이 부심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