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오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개막전을 갖는다. 지난 4일 이집트전에서 느슨한 압박 등 졸전에 가까운 경기로 본프레레 감독에게 혼쭐이 났던 '태극전사'들은 저마다 필승을 외치는 것으로 정신력을 가다듬고 있다. 다음은 이날 경기 관전포인트. ▲'해결사' 해외파냐 국내파냐 큰 경기에서 한방을 터뜨리는 선수가 바로 스타. 이동국, 정경호(이상 광주)로 대변되는 국내파와 설기현(울버햄프턴), 박지성(에인트호벤)이 중심이 된 해외파가 쿠웨이트전 골 사냥의 선봉을 맡는다. '본프레레호 황태자'로 자리잡은 이동국은 지난해 12월 독일전 이후 득점포가터지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찬스가 오면 반드시 골로 연결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LA 전훈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스타 정경호 역시 탱크같은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골을 배달하거나 직접 골문을 여는 등 반드시 공격포인트를 내겠다며 운동화끈을바짝 조여맨 상태. 잉글랜드 무대에 완전히 적응하며 지난 한 달동안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7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한 설기현은 가파른 상승세를 쿠웨이트전에서 이어가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고 플레이메이커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 또한 어떤 임무를맡기든 100% 이상 소화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들은 골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팀워크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며 좀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주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철통수비 유상철에게 달렸다 한국과 이집트의 평가전을 관전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의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쿠웨이트 감독은 "수비수들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적절치 못한 대응을 보인 경우가 있었다. 때때로 커버가 잘 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데 적장이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눈으로 살폈으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한일월드컵 때 물샐 틈 없는 방어막을 형성했던 한국은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가 은퇴하고 최진철(전북)과 김태영(전남)도 전력에서 차츰 제외돼 수비라인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LA 전지훈련 등을 통해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했으나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온 국민의 관심은 K리그에 복귀한 '백전노장' 유상철(울산)이 숱한 경기경험을 바탕으로 수비라인을 효율적으로 이끌지에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상을 털고 오랜만에 출장한 이집트전에서는 몸이 덜 풀렸던 유상철로서는 중앙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빼어난 협력 및 커버플레이를 주도해야 하는 임무를 안은셈이다. ▲'서울찬가'의 서막 여나 한국은 그 동안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곤 했다. 한일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 '상암 징크스'에발목이 잡혀 끝없는 부침에 시달려야 했다. 독일을 포함해 일본,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터키와의 A매치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한국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11월 17일 몰디브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2001년 11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승리(2-0) 이후 꼭 3년만에 상암 징크스를 털어냈다. 그러나 징스를 걷어내기가 무섭게 이집트에 0-1로 패해 상암벌 첫 연승에 실패했다. 한국은 오는 6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8월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상암에서 힘을겨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쿠웨이트전은 지긋지긋했던 상암 징크스를 '서울 찬가'로 돌리기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25년만에 쿠웨이트전 연승 신고하나 그 동안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였다면 쿠웨이트는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쿠웨이트는 한국과의 역대 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 17전 8승3무6패로 앞선데서 보듯 한국만 만나면 힘을 냈다.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장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남미의 개인기로 무장한 쿠웨이트는 이 같은 이유로 아시아에서 '한국의 천적'으로 불린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컵 본선에서 이동국(2골), 차두리, 안정환의 연속골로 4-0대승을 거뒀지만 당시 쿠웨이트가 세대교체로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그 때의 전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쿠웨이트는 파브코비치 감독을 영입하면서 플레이가 한층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는 앞선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어서정신력만 가다듬으면 경기를 잘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이번에 쿠웨이트를 누른다면 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2-0 승리, 80년 9월 21일 아시안컵에서 3-0으로 2연승을 거둔 이후 25년만에 첫 2연승으로 열세의 간격을 종이 한장 차로 좁히게 된다. (파주=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