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기청정기업계 산증인인 청풍 최진순 회장(64)이 회사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최 회장은 "창사 22주년 기념일인 오는 3월10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공동대표인 딸(최윤정 사장)에게 경영 전권을 넘기겠다"고 2일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기청정전문기업인 청풍은 최진순·최윤정 공동대표체제에서 최윤정 단독 대표체제로 바뀌게 된다.


최 회장은 "딸이 지난 2002년 공동대표를 맡은 이후 3년 동안 회사를 훌륭하게 이끌어 왔다"며 "경영 성적을 매기라면 1백점 만점에 2백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독자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풍 기술연구소장직은 계속 맡아 환경관련 제품 연구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국내 공기청정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공기청정기라는 개념조차 없던 1983년 청풍의 전신인 '삼우전자'를 설립,국내 시장을 개척해 왔다. 청풍은 92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내놓으면서 공기청정기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 이후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 매출도 2001년 81억원에서 지난해 5백억원(판매법인 매출 포함)으로 급신장했다. 기존 '공기정화기'에서 '공기청정기'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주인공도 최 회장이다.


청풍은 그러나 최근 공기청정기 시장에 삼성 LG 등 대기업과 샤프전자 등 외국계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최 회장은 "거대기업에 맞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뛰어난 기술과 성능을 가진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성능을 가진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청풍은 공기청정기 산소발생기 등 공기관련 기존 브랜드인 '청풍무구'에 이어 최근 '물'관련 브랜드인 '청정무구'를 선보이고 다용도 살균세척기 등을 내놓는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공기청정전문기업에서 환경가전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며 "조만간 새로운 개념의 음식물처리기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공대 섬유과 출신인 최 회장은 '발명가 CEO'로도 불린다. 음이온 공기청정기와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도 40여건이 넘는다.


최 회장은 "제조회사의 기본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는 것"이라며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고 회사가 어려워지더라도 이 원칙만은 지키도록 항상 딸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