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조류독감사태로 베트남의 양계농들도 큰 위기에 직면했다. 베트남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닭고기를 외면하면서 사육농민들이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명절인 떼트(설)을 앞두고 특수를 기대해온 사육농민들은 매기가 뚝 떨어진 데다 가격마저 폭락하면서 울상이다. 조류독감이 처음으로 발생한 작년에도 전국적으로 1억달러가 넘는 경제적 피해를 당한 사육농민들은 올들어서도 조류독감 희생자가 속출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대도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닭고기값은 ㎏당 1만5천동(1천원)으로 불과 20여일만에 5천동(300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런 사정은 조류독감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호찌민 등 남부지역이 더하다. 닭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빙타이시장이 경우 최근 닭고기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거래가 없으니 당연히 가게들도 일시 폐점한 상태다.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들도 위생상태가 열악한 재래시장보다는 아무래도 메트로 등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곳들도 한달 전보다는 판매가 30% 이상 줄어들었다. 대형체인망을 갖춘 대표적인 슈퍼마켓 가운데 하나인 호찌민시의 '코-옾마트'측은 "올들어 벌써 5번이나 가격을 낮췄지만 닭을 찾는 소비자들은 1달 전에 비해 평균 30% 이상 감소했다"면서 "현 추세라면 가격도 ㎏당 1만동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개발부와 보건부는 사육농가의 가중되는 어려움을 고려해 TV 등을 통해 위생처리를 한 닭고기나 계란을 섭취할 경우 조류독감 감염 위험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돌아서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익명을 요구한 농촌개발부 관계자는 "28일 현재 조류독감이 발생한 28개 지역에서 살(殺)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수는 대략 61만3천여마리"라면서 "살처분한 가금류에 대해서는 사후에 일정한 금액을 정부에서 보조하지만 사육농민들을 도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농촌개발부의 부이 쾅 안 가축위생국장 겸 대변인도 외신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작년과 달리 몇마리씩 기르는 영세농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닭고기 소비급감과 살처분 가금류수 증가에 따라 사육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하노이ㆍ호찌민=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