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오는 30일로 창당 5주년을 맞는다. 지난 2000년 1월30일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진보정당'의 기치를 내건 지 벌써 5년이 흐른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민노당은 스스로도 실감하기 어려운 `성장 신화'를 이룩했다. 창당대회 당시 당원 수 1만2천여명의 `초미니' 원외 정당에서 지난해 4.15 총선을 통해 의석 10석을 확보, 원내 3당으로 도약하면서 이제는 당원 수가 7만명을 넘어서는 급성장을 일구어냈다. 지지율 역시 창당 시점의 1% 선에서 이제는 꾸준히 15% 안팎을 유지함으로써 적어도 지지율 만큼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버금가는 확고한 위상을 확보한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진보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일로, 세계적 진보.좌파 정당의 퇴조 기류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노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레드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우리사회에 좌파와 노동자, 농민 등 소외 계층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것은 기존 보수정치권에 식상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온 계기가 됐다. 민노당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내에 `10만 당원 시대'를 열고, 오는 2012년에는 집권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외양상 화려한 성과만큼의 내실을 기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진보정당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노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정책대안보다 이념적 구호가 앞서는 `운동권식' 활동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지적이 적지않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말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양대 계파인 `민족해방파(NL)'와 `범좌파(PD)'가 충돌한 상황이었다. 당시 NL 위주로 구성된 원외 지도부가 국보법 연내 폐지에 `올인' 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범좌파(PD)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정보 및 전략 부재 를 성토하면서 내부 갈등에 의한 당력 약화를 자초했고, 외부로부터도 `미숙하다'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당의 핵심공약인 `부유세' 정책입안을 주도한 회계사 출신 당직자가 "당이 정책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사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구태가 원내 진출 2년째인 올해에도 지속될 경우 민노당은 기존 지지층을 제외한 일반의 지지를 잃고 `만년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민노당은 그러나 이런 우려를 겸허히 수용, 자기반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金惠敬) 대표가 28일 창당 5주년 기념식에서 "당이 커진 만큼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해 내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당 사업을 펼치고 공존과 경쟁의 원칙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힌 것에서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해 소수당의 한계를 실감하며 `와신상담'했던 민노당이 올해는 지난 5년간준비해 온 진보정책을 부분적이나마 실현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자신들의 한계 내에서 현실적 대안없는 이념적 구호만을 반복할지 중대 기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