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 저항세력들이 총선을 닷새 앞둔 25일 이라크인들의 투표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선언하는 등 이라크의 폭력사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 무장세력 총선 저지 활동 =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무장한 사람들이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단체 명의를 밝히지 않은 이 전단지에는 "투표를 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피로 바그다드 거리를 물들이겠다"며 "투표소를 폭탄과 박격포로 공격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라크 이슬람군대'라는 저항조직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추종자들에게 "이교도들의 선거를 막기 위해 공격을 최대한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 교전 사망자 속출 = 이날 이라크 곳곳에서는 경찰과 저항세력 간에 교전이벌어져 수도 바그다드에서만 판사를 포함, 이라크인이 최소 12명 숨졌다. 킨디병원관계자는 경찰관은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으며 이와 함께 저항세력 2명과 한 상점주인도 숨졌다고 밝혔다. 이라크 법무부 판사위원회 회장인 카이스 하심 샤메리 판사는 이날 자동차 안에서 총격세례를 받아 운전기사와 함께 살해됐다. 이라크에서 가장 심하게 테러를 자행해 온 저항세력 중 하나인 '안사르 알 순나군'은 한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교도이며 배교자인 이라크 임시정부의 수장 중한 명'인 이 판사를 자신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서부에서는 이날 무장괴한들이 순찰 중이던 이라크군 2명을 살해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경찰은 바그다드 서부에서 선거구위원회 직원 한 명이 출근중 살해됐으며 미군 통역으로 일하는 이라크인의 아들 한 명도 피살됐다고 밝혔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이라크 공산당의 고위간부인 모하메드 누리 아크라위가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공산당 관계자가 밝혔다. 이라크 무장세력은 지난해 필리핀인 동료 1명과 함께 납치됐던 미국인 로이 핼룸스(56)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이날 공개했다. 핼룸스는 2분짜리 비디오에서 머리에 무장단체 요원의 소총이 겨눠진 모습으로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라크군에 식량을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회사 직원인 핼룸스는 조지 부시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아랍 지도자들 특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도움을 청했다 미군은 바그다드 북부를 순찰 중이던 브래들리 장갑차가 24일 운하로 떨어져 미군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이날 이라크군이 수감자들을 고문ㆍ학대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바크티아르 아민 이라크 인권장관은 이날 이라크 텔레비전에 출연, 이라크군이 조직적으로 수감자들을 학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관련 장관들에게 상황을개선하고 당사자들을 처벌하라고 계속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 미군, 투표 경비 강화 = 미군은 사담 후세인 생포 이후 가장 중요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이라크 총선을 사수하기 위해 유프라테스강에 순찰 보트를 띄우고 전략적 길목마다 탱크와 전투기, 수십만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이라크 선관위가25일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병력 대부분이 투표 경비에 동원됐으며 이라크 정부가 차량폭탄테러를 막기 위해 오는 29-31일까지 실시하는 전국적인 차량통제 등을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무기와 전달체계, 연료상황을 점검하고 투표소를 지킬 이라크 군경에게 지급할 물과 식량을 준비하는데 이르기까지 선거일을 앞두고 전면적인 대응태세에 들어갔다. 미군 의료팀도 15분 대기조를 구성했으며 미군 해병대는 무장세력 소탕 작전을한층 강화했다. ◇ 해외투표자 등록율 저조 = 해외거주 투표자 등록 마감일인 이날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국외 이라크인들은 25%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라크 선관위가 발표했다. 선관위는 전세계 14개국에 살고 있는 이라크인 25만5천611명이 등록을 마쳤으며 이는 12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해외 거주 이라크인의 25%도 채 안돼는 비율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이 등록을 한 곳은 이란에 사는 이라크인들로 5만3천145명이었다. 이라크 당국은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투표자 등록을 하려면 장거리 여행을해야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이렇게 해외투표자 등록률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외투표자 등록을 주관한 국제이주기구(IOM)의 피터 에번 회장은 난민지위를얻고자 하는 일부 이라크인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꺼려 등록하지 않았으며 홍보 부족으로 인한 무관심과 투표 무용론 등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도많다고 지적했다. 35년간의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이라크인들은 수백만명이 외국으로 망명하거나이주했다. 해외의 이라크 투표자들은 27-30일에 걸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