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집권시기의 `3공 과거사'에 대한 당안팎의 논란에 대해 가급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 상임운영위에서 한일협정 외교문서, 문세광 사건 관련 문서 등 박 전 대통령 시대의 과거사 문건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 "내가 누구의 딸인지를 잊어달라" "나에게 부담을 갖거나 염두에 두지 말라"며 `정면돌파'의지를 내비친 이후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2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광화문 친필 현판 교체,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과거사 홀로서기' 요구, 박 전 대통령의 최후를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시사회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 현관앞에서 연합뉴스 기자로부터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추운데 왜 나와 있습니까... 뭘 어떻게 봅니까"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한 홍 의원의 성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박 대표는 이어 상임운영위에서도 `여야간 선의의 정책대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박 대표는 박세일(朴世逸) 신임 정책위의장이 이날 상임운영위에 첫 참석한 점을 지적하면서 "정쟁을 버리고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서 처음 목표로 했던 정책정당으로 가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나라의 선진화를 놓고 경제살리기나 현안을 놓고 여야가 선의의 정책대결을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라며 당의 정책정당 노력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홍 의원이 23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두 차례의 대선실패 경험을 예로 들면서 "대표는 바뀔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영원해야 한다"고 각을 세운 부분에 대해선 기분이 상했을 법도 한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표의 이같은 자제는 `3공 과거사'와 관련한 당안팎의 이런저런 얘기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고 결국 제 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대권후보로서의 이미지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는 이미 `누구의 딸이라는 것을 잊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박 대표는 당분간 이런 것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3공 과거사' 문제를 비켜가려는 생각은 전혀 없으며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 통치로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은 `과'(過)도 있지만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뤄낸 `공'(功)이 더 크기 때문에, `3공 과거사' 논란도 충분히 돌파해 낼 수 있다는게 박 대표의 생각인 것같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