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꼭 필요한 사람,있으나 마나 한 사람,없으면 좋은 사람.그러니 꼭 필요한 사람이 돼라.'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학창 시절과 신입사원 시절 귀 따갑게 듣던 말이다. '한 우물을 파라.직장을 세 번 이상 옮기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얘기도 숱하게 들었다. 매달 월급을 주는 회사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세할 수 있어서였을까. 60∼70년대는 물론 80년대까지 이땅 직장인들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여기저기 옮기다 낙동강 오리알처럼 될까 봐 웬만하면 한 곳에서 물불 안가리고 일했다. 회사가 '명하면' 하늘이 두 쪽 나도 하는 걸로 알고,퇴근 5분 전에 불러 세워도 군말없이 따라나섰다. '불가능은 없다''하면 된다'라는 구호 아래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밥 먹듯 하고,달랑 여권 하나 들고 지구를 돌며 중석도 팔고 가발도 팔고 와이셔츠와 스웨터도 팔았다. 회사와 개인의 생존을 떼어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발전이 자신의 성장이라고 믿었다. 한강의 기적은 이들의 의지와 열정에 힘입은 것에 다름 아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극한처방인가. 금융회사와 건설 통신 업체 할 것 없이 신입사원들에게 지옥훈련을 방불케 하는 극기훈련을 시킨다는 소식이다. 야간 도보행군과 무박 등반을 실시하는가 하면 사다리를 타고 공장의 굴뚝과 원유 저장탱크에 올라가게 하기도 하고 아예 해병대 훈련을 본뜬 프로그램에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체적인 훈련 외에 농산물 직접 팔기,콜센터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처리하기,도미노 쌓기,회사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각색해 뮤지컬로 공연하기,사내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드라마로 제작하기같은 과정도 있다. 어느 것이든 곱게 자라 유약한 신세대 직원들에게 인내심과 끈기 단결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실제 처음엔 너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하던 사람도 주위의 격려 속에 과정을 마치면 성취감과 동료애를 느끼는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된다고 한다. 불황시대의 풍속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성장동력이 되살아날 수 있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