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14일 허준영(許准榮) 신임 경찰청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허 후보자의 신체검사를 둘러싼 병역기피 및 경찰임용 비리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허 후보는 이날 여야 의원들의 이 같은 질의 내용을 미리 예상한 듯 담담하지만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공직후보자 선서를 마친 뒤 인사청문회에 임했다. 허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국민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공공의 안녕을 유지해야 할 경찰청장 후보자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무거운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없애고 긍정적 요소가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기본사명"이라면서 경찰총수로서의 철학을 밝힌 뒤 "올해 경찰이 명실상부한일류경찰로 우뚝서는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청문회에 임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이처럼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총수로서의 각오와 포부를 강조하면서도병역기피 및 경찰임용비리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허 후보는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 고도근시와 색맹판정을 받은데 대해 "어떻게그런 판정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의원들의 질문을 비켜갔고 "그 동안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평균 0.2정도의 시력이 나왔으며 색맹검사도 정상으로 나왔다"고 경찰임용비리 의혹도 일축했다. 이어 그는 주식.부동산 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청렴하고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강조한 뒤 "지난 88년에 집을 판 여윳돈으로 경북 영덕.청송 일대임야를 매입했지만 오히려 본전도 못찾고 처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부인 명의의 비상장 주식 매입과 관련 "공무원의 (덕목이) 옛날에는 청빈(淸貧)이었지만 지금은 청부(淸富)라야 한다"며 소신을 강조한 뒤 "투기목적이 아니고 은행이자보다 낫지 않겠나 해서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없이 청문 의결서 채택만으로 검증이 완료되는 일종의 `요식 절차'인 탓에 시종 맥빠진 분위기 속에서진행됐다. 허 후보자도 정책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념문제 등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선 명확한 대답을 기술적으로 회피하는 듯한태도를 보여 오후로 갈수록 여야 의원들의 질문도 무뎌져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와 경찰 내 과거사 규명 등 주요 현안과 대해 자당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질문들을 쏟아냈고, 이에 대해 허후보자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수사권 독립과 자치경찰제, 병역과 경찰임용 과정에서의 의혹 등 이날 주요하게 다뤄진 문제 외에도 허 후보의 개인사나 하위경찰직의 처우 개선 등 다양한 질문들도 눈에 띄었다. 허 후보는 자신이 보충역 출신이라는 점을 의원들이 수차 지적하자 "5만명 전.의경 지휘하는 입장에서 이번 청문회가 아니었으면 부하직원들이 제가 보충역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텐데"라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신이 현역 출신이 아닌 점이 드러나게 된 점이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한 시력이 나빠 보충역을 하게 된데 대해 "학창 시절에 눈을 혹사시켜서..."라고 설명했다. 허 후보는 인사문제와 관련한 하위 경찰직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훌륭한 지적이지만 경찰대 출신은 조직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인재로 필요하다"며 "다만 순경 출신의 승진 기간이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등에 비해 긴것 등은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경위직까지는 일정 기간 근무하면 자동 승진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요청에 대해서도 "복수직급제나 직급 조정 등을 통해 승진 가능한범위를 늘리도록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청문회가 종료되자 호주머니에서 소감이 적힌 쪽지를 꺼내어 읽으면서 울먹이기까지 해 경찰 임용과정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겪은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그는 "30여년 전 학창 시절 징병신체검사 당시 현역병으로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부족하지만 15만 경찰을 이끌 수 있도록 해주시면 모든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청문회를 끝낸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일부 경찰 출신 의원들은 "부부 싸움 한 적이 있나" "조깅을 하는가" "경우회의 지원대책을 강구하는가" 등 주요 현안과 동떨어진 질문을 던져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