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의 시발점은 북한을 20여년간 사실상통치해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퇴진이며 김 위원장은 아들 등에 대한 후계체제 준비도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린 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 주관 세미나 참석차 방한중인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대사는 1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고 "김정일이 떠나면 북 체제는 지금과 다른 양상을 띠게될 것이며 이것이 통일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항의, 지난 2003년 8월 대북교섭담당대사직을 사임한 후에도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는 프리처드 대사는 김 위원장이 퇴진하거나 더 이상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아니라면 남북한이 통일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리처드 대사는 또 6자회담 전망과 관련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지난해 6월 3차회담에서 거론된 내용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며 4차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새 안을 내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내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당시 미국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 수용이나 거절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 역시 북한 제안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어 새로운 제안이 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부시 정부 2기팀의 새로운 진용 구축 전망에 대해 "현재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만 국무장관 임명 사실이 발표된 만큼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이스의 임명은 부시가 새 팀의 단결력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풀이한 뒤 "부시 대통령은 새 팀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도전이 아닌 집행의지가 있는 팀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점을 볼 때 한반도 정책에서도 2005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도 새 정책을 내놓는 것 보다는 기존의 정책 집행에 주력할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이어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한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아닌 '체제 변형(transformation)'을 강조한 것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의 태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원래 정권교체보다 체제변형 문제를 일관되게 사용해온 만큼 새 용어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해들리가 체제변형 문제를 공개 천명한 것은 처음이며 부시 측근으로서 이 말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들리 보좌관이 정권교체보다 체제변형을 강조,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북에 대한 미국의 공식정책이 시작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내부적으로 갈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