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president@sktelecom.com > 종이 화약 나침반 등 근대문명의 발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많은 발명과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동양이 현대 문명의 주도권을 서양에 빼앗긴 것은 그 많은 유산을 체계적으로 계승,발전시키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컴퓨터와 주판이 아닐까. 컴퓨터는 20세기 들어 최초로 전자 숫자 적분 및 계산기(ENIAC)가 발명된 이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이젠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해내고 있는데 반해 주판은 수천 년 역사 동안 발전적 변화가 없었다. 개인의 능력으로 보면 동서양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오직 그 차이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개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시스템의 존재 여부다. 제 아무리 주산이나 암산의 고수라 해도 그 제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도 고려시대 때 상감청자라는 세계 최고의 자기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발전시켜 산업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그 맥이 끊기고 말았다. 오늘날 혼수품으로 수백만원짜리 유럽산 명품 자기세트가 자리잡게 된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이 시스템 경영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과 지식,경험,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업의 자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따라 그 기업의 성장성과 경쟁력이 결정된다. 즉 맥도날드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아도 햄버거로 그들만큼 국제적 기업으로 키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업에 있어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기계와 달리 쓰면 쓸수록 빛이 나고 가치가 증대된다. 그래서 우리회사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역량과 지혜를 체계화하기 위해 경영관리시스템의 혁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조직의 리더들에게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정보기술(IT)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나라와 우리 기업이 IT 강국 코리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곧 인재육성과 시스템경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나아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이 시스템 경영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