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0일 5부요인 내외를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송년오찬은 국회 대치 상황과 동남아 해일 충격파 등 복잡한국내외 상황 때문인지 덕담보다는 이들 현안에 대한 우려와 걱정들이 많았다. 노 대통령은 4대 입법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김원기(金元基)국회의장과 악수한 뒤 "연말에 쉬시지도 못하고 답답하시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김 의장은 "정리할 것은 정리해 새해를 맞는 대통령이 새롭게 출발할 수있도록 해야겠다"고 화답했고, 노 대통령은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해찬(李海瓚) 총리는 "그동안 내용보다는 형식을 둘러싸고 그랬는데 형식을 둘러싸고 싸우지 말자고 했다"면서 "내용에 들어가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거들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 경제 말들을 많이 하는데 국회에서 경제관련 법률안들이조속히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고, 김 의장은 "나름대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처리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동.서남아시아의 지진.해일피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언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앞서 이 총리는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기전 오찬장 옆 접견실에서 "동남아는 예상보다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교민 피해도 확인된 것보다 늘었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총리는 "물론 추정치이긴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 간 사람들은 같이 다니니까파악이 되지만 단독으로 가는 분은 영사관에 신고하는 것은 아니니까. .."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최 대법원장은 "여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던데요"라며 역시 우려를 표시했다. 이 총리는 "우리 서해안까지는 해일이 오지 않는데 동해안을 방비를 해야겠다"면서 "일본은 그런 것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은 "이제는 재앙이 한 나라에 그치는게 아니라 세계가 연결돼 있어 각국이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 총리는 "각국이 서로 알려주는 조기경보가 필요하다. 중국에 지진측정소를 더많이 만들어야 한다. 동남아는 우리나라 물건도 많이 팔고, 한류 열풍도 큰 지역인 만큼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윤 헌재소장은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 이후 처음으로 정식 대면하는 자리여서 관심을 끌었으나 특별히 의미있는 발언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윤 소장의 인사를 받고 "예"라고짭게 답한 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포즈를 취하는 정도였다. 윤 소장은 국회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의장이 혼나시겠네"라고 말하는 등 편하게 환담하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 가보니 영빈관이 루브르 궁전처럼 화려해 탐이 많이 났는데 와서 보니 우리 공관이 소박하고 깔끔하고 좋은 것 같더라"며 "(그러나)처음 볼 때는 화려한게 탐이 많이 나더라. 장식이 아주 화려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