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과 잔잔한 물결, 이젠 수확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금속공 출신의 하층민으로 30여년간 노동운동을 이끌며 브라질 대선 사상 처음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작년 1월1일 취임한 그가 집권 2주년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지난주 대국민 연설에서 이같이 자신감 넘친 약속으로 집권 후반기 비전을 제시했다. 집권 2년간 룰라 정부의 성적표는 여전히 그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60%대라는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2006년 그의 재선 전망도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집권 첫 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했지만 물가ㆍ환율 안정 기조를 구축한뒤 마침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브라질 룰라호의 앞 길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올해 무역흑자는 무려 32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권 초기만해도 달러당 4헤알로 급등했던 헤알화 환율도 지금은 달러당 2.75헤알로 매우 안정적이다. 문제점으로 계속 지적된 실업률 역시 지난 4월 13%에서 최근 10.5%로 떨어졌으며 GDP 대비 대외부채 비율 역시 60%에서 54%로 하락했다. 또한 최근 의회에서 통과된 인프라 재원 확대 조치(일명 PPP)로 민간부문 투자를 끌어들여 브라질의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난 2년간 국제외교 현장에서 나타난 룰라의 활동상은 눈부시다.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을 이끌며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진두 지휘한 것을비롯해 ▲기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 모금 운동 전개 ▲남미국가연합 공식 출범 등남미통합 가속화 ▲남미 최초로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 노력 등이 룰라정부의 주요 외교활동 사례로 꼽힌다. 카리브해 아이티의 유엔 평화유지활동도 브라질군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볼 때도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PT) 정부는 집권 연정을 이루는 일부 정당의 이탈에도 불구, 원활한 의회 운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PPP 등룰라 정부의 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큰 장애 없이 통과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올 11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상파울루, 포르투 알레그레 등 일부 대도시에서야당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PT 소속 자치단체장 수는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사회문제와 관련해서는 총기 자진 반납 프로그램이 일정 성과를 거두면서 치안불안이라는 브라질의 고질병을 치유할 기반을 마련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약수송 비행기로 의심되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룰라 정부의조치도 대(對)테러 정책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개혁 이념을 기본으로 한 룰라 정부가 제1공약으로 내세웠던빈곤퇴치와 사회평등 실현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룰라 정부는 앞으로 경제 회복과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사회불안요소를 없애는 일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젠 수확의 시기를 맞았다는 룰라 대통령이 남은 2년 기간 어떤모습을 보여주며 재선 가도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