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과 충청권 11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함에 따라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경기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때마침 국회도 전국의 모든 부동산 매매에 대해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 시행 시기를 2006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극심한 내수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선 재정·금융 완화만으론 부족하며,부동산 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터라 정부와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경기에 밀려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내놓을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 핵심층의 '부동산 가격 안정'의지는 확고하며,선별적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엔 변함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유력하다. ◆변화의 조짐들 정부가 작년 '10·29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을 꽁꽁 묶었던 규제들을 조금씩 풀기 시작한 건 올 하반기부터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부산 북구·해운대구와 대구 서구·중구·수성구 등 지방 7곳을 처음으로 주택투기지역에서 풀었다. 지난달 초엔 집을 살 때 거래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물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지역 중 서울 송파구 풍납·거여·마천동,강남구 세곡동 등 7개 동을 선별적으로 해제했다. 지역 전체가 아닌 일부 동을 푸는 데 그치긴 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지난 4월 이후 첫 규제 완화였다. 이번엔 수도권과 충청권 11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풀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창원 양산 등 지방 6곳에선 이달 말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에서 '분양계약 후 1년 경과시까지'로 완화하기로 발표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또 이르면 내년 초 집값이 3개월 연속 떨어지는 등 요건을 갖춘 지역을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추가 해제할 계획이다. 여기엔 서울 강동구 송파구 등지의 일부 동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봐 가며 집값이 안정되고 투기재발 우려가 없는 곳을 중심으로 주택신고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추가 해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집값 안정의지'는 안바뀔 듯 그러나 일부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예상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주택투기지역 등을 풀어주는 건 죽어가는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지 경기를 띄우기 위해 규제를 마구잡이로 푸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 10·29대책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등은 예정대로 시행된다"며 "최근의 규제완화는 침체에 빠진 부동산 거래를 일부 되살리기 위한 보완책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선 "10·29대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개혁 후퇴' 비판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녹이기 위한 경제부처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히고 있기도 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