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받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락에 따른 현재의 기업환경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김 부회장의 시각은 비단 LG전자 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에 대한 국내 산업계 전체의 우려를 대변하는 것이다. 연말들어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10월 중순 이후 환율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중소업체는 물론 대기업조차 수출 가격경쟁력 하락과 물량 감소, 채산성 악화 등을 우려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환율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각 경제연구소나 경제단체, 금융권 등은 저마다 전망치는 다르지만 대체로내년에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태여서 산업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환율 공포에 떠는 산업계 = 서울 외환시장에서 마감된 원/달러 환율은 22일현재 1천53.50원이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1천195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급락,지난달 15일 1천100원선이 뚫렸으며 11일만인 26일에는 1천46.40원에 마감되면서 1천50원마저 붕괴됐다. 이후 이달 6일에는 1천40.90원으로 97년 11월19일 1천35.50원 이후 7년여만에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등락을 반복하다 현재 1천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 급락세가 이어지자 중소기업들은 수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채산성 악화 등에 대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가 11월초 업종별 대표 수출기업 39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당시 환율이 1천100원대 수준임에도 불구, `환율 급락으로 계약한 수출분이 적자로 전환됐거나 적자에 직면했다'는 기업이 73.2%에 달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달말 214개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올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증가했다'는 기업이 49.1%로 `감소했다'32.7%보다 많았지만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기업이 71.5%나 됐다. 이들 기업이 보는 수출 손익분기점 환율은 무역협회 조사의 경우 1천127원, 기협중앙회는 1천163원이다. 경제 여건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자 삼성의 경우 당초 1천50원으로 잡았던 기준환율을 새로 설정키로 하고 내년도 경상경비를 올해보다 30% 줄이도록 계열사에 지시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LG그룹도 환율이 1천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등 환율대책과 환율 변동에 상관없는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기준환율 1천50원을 유지하면서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긴축정책을 펴는 한편 유로화 강세로 경쟁력이 있는 유럽지역 수출 비중을 늘리는등 환율 하락에 따른 대응책도 추진키로 했다. ◆새해 전망도 `암울' = 기업들의 자구노력에도 불구, 새해 환율에 대한 산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예상 환율에 대해 49명이 현재보다 낮은 `1천∼1천49원'을 예상했으며, `1천원 미만'을 전망한 CEO도 19명이나 됐다. 또 환율 하락 등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요 수출업체들의 내년 1.4분기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지수가 2002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낮은 90.5를 기록하는가하면 중소기업의 내년 경기전망(건강도지수.SBHI)도 83.7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도 업종별 전망에서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정유와 철강을 제외한 조선, 섬유, 전자,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환차손이나 수출가격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경제연구소와 금융권 등의 전망도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하락세 유지'에 더 큰무게를 두고 있다.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내년 환율은 1천∼1천3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1천원대가 붕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미국의 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연평균 1천23.7원을 전망하면서위안화 등 동아시아 통화가치 절상요구 등이 예상보다 강할 경우 1천원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삼성증권이 "내년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강력히 개입하고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1천100∼1천150원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반등세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환율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흐름을 점치기 쉽지 않다"며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도 사전에 대비하고 위험 요인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탄력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기자 aupf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