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 내에서 심각한 정책혼선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동일 사안을 놓고 관련 상임위원들이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고 당 지도부와상임위원들간에 이견이 표출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내년 1월로 예정된 증권 집단소송제도의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재계의 건의를 놓고 당 내부에서 `현실론'과 `개혁론'이 충돌하면서 극명한 이견이 여과없이표출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1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홍재형(洪在馨) 정책위 의장, 이계안(李啓安)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를 갖고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3년간 증권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그렇찮아도 경기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현실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계안 위원장은 "기업이 과거 분식회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적용 제외기간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정부와 뜻을 모았다"며 "조만간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법사위원들은 당정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우리당 간사인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유예기간이 있었고 유예기간을 더 준다고 과연 기업들이 분식을 털 것인지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이상민(李相珉) 의원 등 여권내 개혁성향 의원들도 집단소송제 시행시기의연기는 참여정부 개혁의 후퇴라고 규정하고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양대 골격인 `기금운용 독립화'와 `급여체계 조정' 방안을연내에 일괄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표면화되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 소속 우리당 의원들은 국민연금 운용부문을 독립화하는 방안과 함께, 국민연금 기금의 보험급여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인상하지 않는 내용의 급여체계 조정 방안을 연내에 일괄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당 복지위 간사인 이기우(李基宇)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수정안을가급적 전체회의를 열어 조기에 통과시키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 기금운용 독립화를 우선 처리한 뒤 급여체계 조정방안을 추후 처리하는 `분리처리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목희(李穆熙) 제5정조위원장은 전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급여수준을 낮추는 문제는 야당과의 입장차가 크다"며 "쉬운 것부터 처리한다는 차원에서 자산운용부문을 임시국회에서 먼저 처리하고, 급여체계 조정 방안은 내년에 가서 다루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