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주지사 및 시장 선거가 폐지되고 대통령 임명제로 전환하는 법안이 확정된 가운데 친(親) 크렘린계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오는 2007년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쉬코프는 최근 와병설로 인해 조기 사임 가능성이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쉬코프는 17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임기가 끝나는 2007년 말까지 일할 것이며 이제는 후임자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루쉬코프는 지난 1991년 7월 모스크바 시장에 취임해 13년째 재직하고 있으며한때 보리스 옐친 전(前) 대통령 이후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차기 시장은 내가 시작했던 계획들을 지속시켜야 한다"면서 "올림픽 유치를 포함해 거대 프로젝트는 오는 2010년 이후에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주지사 임명제에 대해 줄곧 지지 의사를 밝혀온 그는 "시민들은 능력보다는 겉으로 포장된 주지사를 뽑는 경향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큼 주지사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쉬코프는 특히 오는 2008년 임기를 마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3기 연임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취임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국가 개혁을 성공리에 시행해왔다"면서 "하지만 8년 임기로는 그가 모든 정책을 실현시키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3기 연임 관련한) 헌법 규정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푸틴의 개혁과 정책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국가 체제를 아직 정비하지 못한 '청년국가'의비극"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최근 10년간 국가 제도를 형성하지 못했고 서구는 이같은 혼란을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쉬코프는 또 레오니드 쿠츠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옐친 전 대통령처럼 후임자에게 권력 이양을 확실히 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옐친 전 대통령이 임기를 앞두고 당시 푸틴 총리에게 권력 이양을 선언한 것처럼 쿠츠마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에게 권한을 완전히 넘기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쿠츠마가 권력욕 때문에 야누코비치에게 전권을 넘겨주지못했고 결국 파국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루쉬코프는 "우크라이나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 국가로 변신했으며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