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정치권의 유행어는 '바람(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격변의 한 해 였던만큼 대형사건이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각종 '풍'이란 수식어가 뒤따랐다. '탄핵풍''헌풍(憲風.신행정수도 위헌판결 파장)''박풍(朴風)''노풍(老風)''초풍(初風.초선의원들의 높아진 위상)'등이 정치권을 웃고 울게 했다. ◆탄핵풍=대통령 탄핵 사건을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탄핵안 투표를 강행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자업자득'이란 발언이 회자됐는가 하면 탄핵가결이 '의회 쿠데타'라는 말로 비유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한정지 기간 중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고사성어로 마음고생의 일단을 드러냈다. 탄핵 주역의 한사람인 홍사덕 전 한나라당 총무는 탄핵반대 시위에 나선 이들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사오정(45세면 정년)'에 비유해 강한 반발을 샀다. ◆헌풍=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여권은 발끈했다. 노 대통령은 헌재가 '관습헌법'을 거론한 데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총칼만 들지 않았지,5·16과 12·12,5·17 등에 버금가는 '사법쿠데타'였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풍=4·13총선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바람몰이'를 빗댄 말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탄핵풍'으로 곤두박질쳤던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박 대표의 전국 순회 유세로 서서히 올라가자 "'박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탄핵풍'을 몰아내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민주당 추미애 전 선대위원장은 3보1배로 '추풍(秋風)'을 일으키기 위해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노풍=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총선 전 '60,70대는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요지의 돌출발언을 했다가 노인들의 반발을 사 결국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비례대표를 반납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이에 한나라당 박 대표는 "말썽 많은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처럼 효도 많이 할테니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호재로 활용했다. ◆초풍=국회의원 63%가 물갈이되면서 초선의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초선 당선자 모임에서 "앞으로 두번 다시 (초선을)군기 잡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물어뜯어 버리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