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IBM,도요타,제록스,코닝,휴렛팩커드...


세계 경제시장을 이끌어가는 초우량기업들로 이들의 공통점은 신뢰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맺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분배보다는 파이 키우기에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고 있고 사용자 역시 투명경영과 정보공개 종업원참여등을 통해 신뢰경영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립과 갈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생산성향상이 노사의 유일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분배보다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이러한 생산적 노사관계는 미국 일본은 물론 노조의 힘이 강력한 유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무파업경영은 보편적 현상.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중국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상생의 노사관계는 지구촌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현장은 어떤가.


아직도 많은 대기업노조들이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 일쑤이고 사용자 역시 경영실적 등을 왜곡하며 노조의 불신을 사고 있다.


연봉 7천만원짜리 고소득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달라며 파업을 벌이는게 한국의 노동현실이다.


파이 키우기에는 관심이 없고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후진적 노사관행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다 보니 기업들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고임금과 전투적 노동운동에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서울지하철 LG칼텍스정유 등 일부사업장에서 국민적 비난여론과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파업이 실패로 끝나는 등 노동운동에 일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실제로 올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노사분규는 많이 개선됐지만 현장에서 벌어진 파업건수는 크게 늘어났다.


올 들어 12월15일 현재 노사분규건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47% 늘어난 4백57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대형분규는 줄어든 대신 소규모 파업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속으로 골병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모범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우리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고 있다.


이들은 과거 투쟁과 갈등,반목을 씻고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생산성향상에 나서며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노사화합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이 바로 우리경제의 기둥이다.


이번에 대기업부문 대상을 받는 KT의 경우 90년대 중반 이후 파업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민주노총의 투쟁을 선도했다.


그러나 노사 모두 협력만이 살 길이란 점을 절감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맺기 시작,2001년 이후 무분규를 자랑하고 있다.


이 기업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시킨 대표적 모델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중소기업부문 대상을 수상한 애경피앤씨는 외환위기로 회사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한명의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아 노사간 두터운 신뢰를 쌓은 모범기업이다.


이 회사의 특징은 최고경영자와 노조위원장 간에 수시로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작업장 혁신에 나선다는 점.이때문에 매출액도 급성장해 지난해 성과급을 3백%나 지급했다.


우수상을 받은 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은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노동조합이 5년 연속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등 노사공동노력으로 기사회생을 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LG석유화학과 태평양 나라엠앤디 대구의료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윌로펌프 킹스코 등도 경영정보공개,공정한 성과배분제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