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 총재가 엊그제 "내년엔 성장률 하락보다 고용없는 성장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노동부가 5%대의 잠재성장률이 유지된다고 해도 당분간 청년실업이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우울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 경제가 이미 '고용없는 성장' 구조로 굳어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실제 한국은행이 새로 작성한 산업연관표는 국내 총생산이 1%포인트 늘어날때 유발되는 취업자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강구할 시점이라고 본다. 물론 '고용없는 성장'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기업들이 고용증가없이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고, 고용유발효과가 큰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국가적인 논쟁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청년실업이 크게 늘어나는 등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7.2%로 전체 실업률 3.3%의 두배를 웃돌 정도다. 상황이 그런 데도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한 대응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주말 노동부 발표를 보면 올들어 국무총리 산하에 '일자리만들기위원회'와 '청년실업해소특별위원회'란 민관 합동조직을 만들고, 5천억원의 예산을 청년실업해소를 위해 썼지만 실질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이 일시적인 직장체험 등 지나치게 전시적이고 단기성과 위주로 흐른 탓이다.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우선 정부가 성장중시 정책을 일관성있게 구사해야 한다. 일자리는 분배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서만 늘어날수 있기때문이다. 성장을 중시한 일본이 경제 연착륙에 성공하고,분배에 치중한 독일 경제가 경착륙했다는 박승 총재의 말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특히 앞으로 지식과 정보산업이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점에서 기업들이 그런 분야로 발빠르고 창의적인 변신을 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투자규제 철폐 등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 등 경직된 노동시장 또한 고용없는 성장구조를 고착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결코 소홀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