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병역비리 파동이 올 한해 10대 스포츠 뉴스의 머리를 장식했다. 연합뉴스가 전국 50개 주요 신문.방송사에 의뢰해 '2004년 10대 스포츠 뉴스'를뽑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프로야구판을 강타한 병역비리 파동이 43표를 얻어 10대 뉴스 중 톱으로 선정됐다. 또 유승민의 아테네올림픽 탁구 단식 제패가 39표로 2위를 차지했고 아테네올림픽 체조 양태영 오심 사태가 38표로 3위에 랭크됐다. 각 언론사 체육기자들은 이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사상 초유의 9차전 혈투를 4위(37표)로, 여자 핸드볼 감동의 올림픽 은메달을 5위(32표)로 각각 꼽았다. 한국축구대표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경질 및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영입이6위(30표), '스포츠 대통령' 김운용 시대 마감이 7위(29표), 민속씨름 붕괴 위기가8위(27표)로 각각 집계됐다. 또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8강 진출(9위.24표), 한국선수단이 8년만에 이뤄낸하계올림픽 '톱 10' 복귀(10위.23표)도 올해 스포츠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올해 스포츠계 최대 이벤트가 아테네올림픽이었던 만큼 올림픽이 만들어낸 뉴스가 10대 뉴스 중 절반을 차지하는 5건이나 됐다. 이밖에 타이거 우즈.마리아 샤라포바 방한(22표), 여자 쇼트트랙팀 구타 파문(19표), 프로야구 삼성 김응용 사장.선동렬 감독 체제 출범(19표)도 주요 뉴스로 꼽혔으나 10대 뉴스에는 들지 못했다. 언론사들이 선정한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①프로야구 병역비리 파동 = 올해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막판에 터진 초대형 병역비리 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선수들이 브로커와 짜고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소변검사를 조작하는 등 신종수법을 동원,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연루자는 8개 구단에서 72명에 달했다. 이중 53명이 병역을 면제받거나 연루된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고메이저리그 출신 조진호(SK) 등 일부 선수는 실형을 받기도 했다. 또 공소시효가 지난 19명도 정밀 신체검사를 통해 현역 또는 공익요원 등 입대 판정을 받거나 재검결정이 내려졌다. 주전급이 대거 연루된 '병풍' 파동은 각 구단의 막대한 전력 손실을 불러와 시즌 중단 위기로 확산됐다. 다행히 병역비리 수사가 일단락된 뒤 각 구단이 백업요원으로 공백을 메우면서 포스트시즌을 유례없는 열기 속에 마쳐 아픔을딛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 ②유승민, 아테네올림픽 탁구 단식 제패 = 한국 남자탁구의 희망 유승민(삼성생명)이 아테네올림픽에서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했던 만리장성을 허물고 16년 만에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내동중 시절부터 탁구신동으로 불렸던 유승민은 8월23일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를 4-2로 꺾고 중국의 아성을 허물었다. 88년 서울올림픽때 유남규가 세계 정상에 오른 후 16년 만에 얻은 금메달이었다. 특히 유승민의 우승은 90년대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어오다 올림픽 직전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로 변신한 김택수 대표팀 코치가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성인대회 상대전적 5전 전패의 절대적열세를 딛고 얻은 승리여서 더욱 값질 수 밖에 없었다. ③아테네올림픽 체조 양태영 오심사태 = 양태영 오심사태는 약물 및 오심 파문으로 얼룩진 아테네올림픽에서 최대 분쟁 중 하나였다. 8월19일 개인종합 결승 평행봉에서 양태영은 시작점수 10점짜리 연기를 펼쳤지만 기술심이 이를 9.9점으로 매겨 1위에서 3위로 억울하게 밀렸다. 국제체조연맹(FIG)은 관련 심판의 자격을 정지하고 "진정한 챔피언은 양태영"이라며 미국의 폴 햄에게 금메달을 포기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사태는 한국과 미국의감정다툼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최종 판결기구인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넘겨졌다. CAS는 '오심 때문에 경기 결과가 번복된 적이 없다', '항의시점이 늦었다'는 등 FIG규정집에 없는 관례를 들어 양태영의 소청을 기각해 '빼앗긴 금메달 되찾기'는 결국실패했다. ④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사상 초유의 9차전 혈투 =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3차례 무승부로 무려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현대가 삼성을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2차전과 7차전은경기 시작 후 4시간이 지나면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시간 제한 규정에 걸려승부를 내지 못했고 5차전은 삼성의 배영수가 10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12이닝 제한 규정에 걸려 비겼다. 배영수는 생애 최고의 역투를 펼치고도 정식 노히트 노런 기록을 세우지 못했고 한국시리즈라면 어쨌든 승부를 내야 하지 않느냐는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는 내년 시즌에는 이닝 제한만유지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⑤여자핸드볼 감동의 올림픽 은메달 = 아테네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8월29일 여자핸드볼 결승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세계 최강 덴마크와 격돌한 한국은 2차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으나 34-34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이어진 승부던지기에서 2-4로 패해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고국의 팬들은 실업팀이 고작 4개에 불과한 척박한 현실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올림픽 '최고의 명승부'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술과 체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덴마크 국민의 열렬한 응원 때문에 졌다. 올림픽이 열리면 관심을 갖다가 끝나면 돌아서 버리는우리 국민이 서운하다"며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토로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⑥한국축구대표팀 코엘류 경질..본프레레 취임 =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폭주기관차' 한국축구는 3월31일 2006독일월드컵 2차예선 몰디브전에서 치욕의 무승부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거스 히딩크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지도력은 도마위에 올랐고 코엘류는 퇴진 압력에 시달리다 4월19일 사퇴했다. 이후 독일월드컵으로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차기 대표팀 사령탑을 누구로 정할 지 진통을 거듭했고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감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가 돈 문제 때문에 영입이 무산됐다. 축구협회는 6월18일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의 우승을 이룬 네덜란드 출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영입했고 본프레레호는 아시안컵 8강 탈락과 2차 예선 부진의 늪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했으나 11월17일 천신만고 끝에 몰디브를 꺾고 최종예선 티켓을따냈다. ⑦'스포츠 대통령' 김운용 시대 마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과 집행위원, 세계경기단체총연맹(GAISF) 위원장,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그리고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등을 맡아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20여년 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김운용씨는올해 철저하게 몰락했다.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시절 공금 33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영어의 몸이 됐으며 IOC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일시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아 사실상 퇴출됐다. 아직 남아 있는 국제스포츠계에 대한 영향력을 동원, 구명 운동도 벌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있는 가운데 김씨는 실형 선고로 내년 7월 IOC 총회에서 제명까지 당할 위기에 몰렸다. ⑧민속씨름 붕괴 위기 = 80년대 방송사 메인 뉴스 시간을 일부 잠식할 만큼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민속씨름이 출범 21년만에 고사 위기에 놓였다. 단 3개 팀만 남아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던 터에 LG투자증권 씨름단이 모기업의 매각으로 인해 11월26일자로 해체돼 이제대회조차 제대로 열수 없는 상황이다. LG 씨름단이 공중분해되는 과정에서 백승일,최홍만, 김경수 등 소속 선수들은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한국씨름연맹에서 농성을 벌이다 LG 소속으로는 마지막인 구미 천하장사대회에 출전,눈시울을 붉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맹은 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민속씨름동우회 등이 LG팀 '3자 인수' 및 신생팀 창단 사업을 추진할 민속씨름 창단추진위원회를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의결했다. ⑨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8강 진출 =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8강에 진출, 한국 축구사의 새 장을 열었다. 홈팀 그리스와의 개막전을 비긴 한국은 북중미의 터줏대감 멕시코를 1-0으로 물리쳤고 아프리카의 신흥강호 말리와의 대결에서는 0-3으로 뒤지다 후반 3골을 따라잡는 저력을 과시하며 조2위로 8강에 올랐다. 비록 8강 상대 파라과이에 2-3으로 덜미를 잡혀 메달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울 시내에는 새벽 3시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팬들이거리 응원을 펼쳐 2002한일월드컵의 감동을 되살렸다. 골키퍼 김영광(전남)을 비롯해 김동진(서울), 김정우(울산) 등 주축 선수들은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앞세워 '세대교체론'의 기수로 떠올랐다. ⑩한국선수단, 하계올림픽 8년만에 '톱10' 복귀 =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를 따내종합9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톱10'에 복귀했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 4위에 올라 사상 첫 10위 이내에 진입했던 한국은 92년 바르셀로나(7위)- 96년 애틀랜타(8위)등 3개 대회에서 '톱10'을 이어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12위로 처졌다가 8년만에 다시 '세계 10강'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한국은 양궁, 태권도, 사격, 레슬링, 유도 등 특정 종목에 편중된 메달 편식은 여전했고 일부 메달밭에서는 후발 국가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0강'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낳았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