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지난 9월1일 100일간의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할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여당 지도부는 지난 7월 임시국회 직후 의원 워크숍에서 도출된 70여개의개혁입법 과제와 정부가 제기한 개혁 입법과제 30여개를 더한 100대 개혁과제를 선정했다. 이와함께 국회 상임위원회와 개인 의원별로 업무를 분담해 정기국회 회기내모두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그러나 여당은 100대 개혁과제 발표 두달만인 지난 11월 처리법안수를 절반으로줄인 50대 개혁과제를 다시 발표했다.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야당 폄하발언으로 촉발된 2주간의 국회 파행으로 100대개혁과제의 처리에 시간적 제한이 따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50대 개혁과제(실제로는 57개 법안) 가운데 9일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당초 계획대로 통과된 법안은 14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혁법안'이라는 명칭에 부합하는 법안은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분양원가 공개를 골자로 한 주택법, 친일진상규명법등 3~4개 뿐이었고, 나머지는 벤처기업지원특별법과 우주개발진흥법, 재래시장육성특별법 등 민생관련 법안이 주류를 이뤘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기간에 발의를 강행한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은 단 하나도 상임위의 벽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4대 입법 못지않게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각종 개혁입법의 추진 상황도 지지부진하다는게 일반적인 당내 의견이다. 정치권과 기업의 검은 고리를 끊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불법정치자금국고환수법과 사회 일각의 반발 속에서도 관철 의사를 밝혔던 공직자부패수사처설치법은 아예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체포 및 석방안에 대한 기명투표 도입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연내처리가 힘들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당 지도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과반수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개혁드라이브를 주문하고 있는 핵심 지지계층의 반발뿐 아니라 당내 일각에서도 지도부의 `원내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회기종료일인 9일 당 지도부가 4대 입법을 포함한 61개 법안을 임시국회 처리법안으로 발표한 것도 임시국회 참여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부진한 개혁입법 처리 상황에 대한 당 안팎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