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점철된 끝에폐회되자 과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4대 개혁입법 등 100대 민생.개혁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이 부끄러울 만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서다. 정기국회를 정쟁으로 지새우게 한 원인 진단을 놓고는 "바뀌지 않는 한나라당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당내에선 지도부의 전략 미숙을 꼬집는 비판론도만만치 않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 정국의 난맥상에 대해 지도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유 의원은 "지도부가 의원들을 조율해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리 스스로도 정국을 매끄럽게 풀지 못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제왕적 총재가 사라지고 자율성은 생겼으나 새로운 질서를찾지 못하고 강성들끼리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尹昊重) 의원은 "상대가 이렇게 나올 것까지도 예측했어야 했다"며 "지도부가 최선을 다했으나 과연 어떤 것이 상생이고 민주주의의 원칙인지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해야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도부가 대야(對野) 기조를 상생정치란 관념의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니협상의 한계를 자초했다는 논리다. 이벤트식 정치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말만 크게 하고 일만 벌여놓은 것은 아닌지 아쉽고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자성했다. 당내에선 특히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4대 법안을 하루에 한건씩 내놓은 것이불필요하게 한나라당과 보수층을 자극해 정국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원내부대표는 "사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은 이른바진보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쓸데없이 부각시킴으로써 갈등과 혼선만 초래했다"며 "냉철한 전략적 예측없이 시각적 효과에 치중하다 우리 스스로 개혁 조급증에 걸린 형국이 됐다"고 자탄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상임중앙위에서 "여당, 야당 중 누가 잘못했나 하는 공방은 벌이지 않겠다"며 "무엇보다 나라 살림살이를 법정 기한 내에 처리못한 점에있어 여야 모두 얼굴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