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재시도했지만 한나라당의 필사적인 저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전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의 요구로 소집된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김용갑(金容甲) 공성진(孔星鎭) 의원 등 소속 의원 10여명을 같은 당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석에 배치했다. 위원장석을 비워놓을 경우 지난 6일 전체회의 때와 같이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의 위원장 직무대행 시도로 사회권을 빼앗길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위원장의 전체회의 개의를 요청하는 한편 다른 상임위 소속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위원장석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거부했다. 이후 위원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설전이 계속됐다. 김용갑 의원은 "북한 형법도 더 강화됐다"며 국보법 폐지의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최재천 의원은 "북한이 형법을 강화한 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를 도입한 것"이라며 "공부좀 하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이 "위원장석을 계속 점거하면 회의장소변경동의안 제출해서 회의장소를변경하겠다"고 위협하자 김 의원은 "국회 불지르고 딴 데 가서하라"고 맞받아쳤다.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은 회의장 마이크 전원을 꺼버린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에게 "당신 깡패야, 법사위 행정실장이야, 경위야"라고 공격한 뒤 "저런 국회의원을 선배라고..."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은 법사위 회의장 문이 잠긴 것에 대해 일부 여당의원이 항의하자 "누군지도 모르고 까부는데 화나면 정말 안좋아"라고 말했다. 전체회의가 개의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실을 방문, 한나라당 법사위원들과 함께 대기 중이던 최 위원장에게 개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성영(朱盛英) 의원은 "여당의 전체회의 소집요구는 국보법 폐기안 상정을 위한 선전,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법사위 회의장에 들러 소속 의원들을 격려했다. 여야의 대치상황이 2시간 넘게 계속되자 최재천 의원은 "정상적인 본회의 진행을 위해 오전 상황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전체회의 개의 요구시한은 자정까지"라며오후 본회의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전체회의 개의시도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소속 의원들과 함께 사실상 법사위 회의장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점심식사도 법사위 회의장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으며,오후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도 법사위 회의실에서 의총을 열었고, 본회의가 시작된후에도 10여명이 계속 남아 법사위회의실을 지켰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정윤섭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