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벤처 부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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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수 <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산업생산이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고 도소매 판매는 4개월 연속 감소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경영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가동률은 60%대에 머무르고 있고 신설법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중소기업 고유의 역동성 하락이 의심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 외환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고 기술의 산업화를 선도해 경제의 첨병역할을 해 주었던 벤처의 부활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벤처기업은 1986년 '창업지원법'제정을 계기로 몇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분사된 미래산업,휴맥스,비트컴퓨터 등 1세대의 출범을 1단계로 본다면 외환위기를 계기로 벤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는 2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97년 '벤처특별법'이 제정돼 성장기반을 마련한 벤처는 99년 도약기에 진입하는 3단계를 맞은 후 2000년 나스닥의 닷컴기업 주가하락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벤처는 기업가정신 고취를 통한 신기술창업 활성화,능력 중심의 고용 풍토 조성 등 경제가 한 걸음 나아가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머니게임,반기업행태 등 도덕적 해이로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신뢰상실,자금난 심화,기술개발 포기,폐업,창업 위축,벤처캐피털 및 코스닥시장 등 벤처인프라 기능퇴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벤처업계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벤처인 닷컴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일본을 포함한 이스라엘 등지에서 벤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 각계에서도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벤처들도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에 주력,옥석이 구분되고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벤처업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수익성이 개선돼야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술력 향상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 기업이 건전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능한 관리인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은 성장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부단히 노출된다.
소수의 기술창업인만으로 닥쳐오는 파도를 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금융지원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외환위기와 벤처침체기를 겪으면서 일방적이고,직접적으로 지원됐던 금융이 오늘날 많은 부실로 되돌아오고 있다.
물론 벤처성공률이 매우 낮은 것은 피할 수 없으나 선택과 집중,간접지원 등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에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해야 할 일은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벤처가 우리나라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벤처생태계 조성은 벤처육성의 기본 여건으로 수없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대학·연구소,대기업,금융사,정부 등과의 네트워크가 잘 운영된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진정한 벤처는 없다는 얘기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설립 이래 벤처기업 전담지원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벤처 1세대들을 지원해 오늘날 유수의 IT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외환위기 때는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2001년에는 벤처산업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수행에 앞장서 왔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이 시급한 때다.
제1의 벤처붐에 참여했던 지원기관들이 다소의 실패를 통해 소중한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이를 제2의 벤처붐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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