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섬유 분야에서도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미국과 중국이 섬유쿼터제 존속 여부를 놓고 '무역전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0년간 이어졌던 다자간 섬유협정(MFA) 체제가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세계 섬유업계는 내년부터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독식할 것이란 우려에 휩싸였다. 중국산 섬유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했던 MFA 제도가 사라지게 되자 미국 내 섬유·의류 기업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중국 제품에 대해 수입제한 쿼터를 부과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 섬유업계는 중국의 대미 섬유 및 의류 수출 증가율이 연간 7.5% 이내로 묶여야 한다는 청원을 행정부에 내놓은 상태다. 수입제한 쿼터 대상 품목은 면바지 속옷 등 총 13개 제품군이다. 중국의 섬유 및 의류 수출은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대비 22%나 급증했다. 올해 전체로는 중국의 섬유·의류 수출액이 9백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제한 쿼터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섬유산업은 존속할 수 없다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냈던 미키 캔터는 "MFA 체제가 종식되면 중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은 금세 50%를 넘을 것"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은 물론 섬유산업 비중이 큰 개발도상국들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은 17%다. 중국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섬유수출입협회의 카오신유 부국장은 "미국 섬유업계는 50년이나 모유를 먹고서도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어린 아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수입제한 쿼터를 부과할 경우 내년 중국 섬유업계의 수출목표액 1천억달러 중 최소 20억달러 이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수입제한 쿼터를 부과할 경우 EU나 다른 나라들도 유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파급 효과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수입쿼터를 부과할 경우 중국 정부는 미국산 면화 콩 등을 대상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