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사모투자펀드(PEF) 시대가 열렸다. PEF 도입을 위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과 시행령이 오는 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은행과 증권.자산운용업계의 PEF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이 독점하다시피한 국내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토종자본의 진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PEF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인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Buy-Out) 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PEF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 등과는 달리 투자 대상의 제한이 없는 등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설립을 추진중인 PEF 규모가 2조원을 넘고 있고 1~2년안에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0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독 규정 승인을 받으면 13일부터 PEF 등록 신청을 받을 예정이어서 심사 기간을 감안할 경우 빨라야 12월말에 첫PEF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러나 상당수 펀드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투자 대상 기업의 선정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PEF 설립과 기업 인수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관측된다. ◆PEF 10여곳 설립 준비..자금 모집에 총력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펀드 규모가 1천억원이 넘는 PEF는 현재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펀드 목표 규모 3천억~1조원), 국민은행(3천억~5천억원)기업은행(3천억원), 우리은행(1천억원 이상), 하나은행(1천200억원) 등이 PEF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권.자산운용업계에서는 맵스자산운용(3천억원), 칸서스자산운용(5천억원), KTB자산운용(3천200억~3천300억원) 등이 막바지 준비중이고 대우증권(1천억~5천억원)과 현대증권도 PEF 설립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은 현재 펀드 자금 모집액이 목표했던 수준에 못미치자 주요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PEF의 최대 자금줄로 꼽히는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 투자가들이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PEF 투자에 아직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EF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데다 국내에서는 아직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기관들이 관망세를 취하고 있어 펀드를 대형화하는데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맵스자산운용은 연내에 PEF를 설립할 예정이지만 규모는 목표치 3천억원에 다소못미칠 것으로 보이며 기업은행은 우선 1천억원 규모의 1호 사모펀드를 먼저 만든뒤 총 3천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자금 모집 금액이 3천억원에 못미칠 것으로 보이자 출범 시기를 내년 초로 다소 늦추는 것을 검토중이다. ◆저평가 중소기업 타깃..목표수익률 두자릿수 PEF는 속성상 투자 기간이 길고 위험이 높지만 성공하면 수익성이 높은 양면성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PEF의 수익률이 연 20~30%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PEF 설립 회사들은 수익률과 직결되는 투자 대상 기업의 선정에 가장큰 신경을 쓰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첫번째 목표로 꼽히고 있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이나 코스닥 시장 등록을 앞둔 기업,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운영자금이 부족한 업체 등을 투자 기준으로 제시하고 자체 데이터 베이스로구축된 중소기업 15만개를 대상으로 선별 작업을 벌이고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 투자 대상"이라며 "투자 기간은 5~7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꼽고 있으며 투자 기간은 3~5년, 목표 수익률은 연 20%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 김영재 회장은 "프로젝트별로 자금을 모집해 투자할 예정"이라며 "초기이기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가시화할 수있는 기업을 물색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PEF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족한 전문 펀드매니저의 육성과 합리적인자산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예금자 보호대상인 은행이 PEF를 직접 운용하는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며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용은 증권사 등에 맡기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증시에도 활력소 기대 PEF가 활성화되면 증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PEF 투자는 지분 10% 이상 취득과 경영권 인수 등이 의무 조건으로 따라 붙기때문에 증시에 적대적 M&A 테마를 활성화해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중.소형주의 투자 가치가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자산가치및 수익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들이나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첨단 벤처기업 등이주요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10개 중 7개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0 미만으로 주가가회사의 장부가치보다 저평가돼 있고 상장기업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또 정부 지분율이 높고 매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PEF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들 종목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탈피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구조가 개선된 것들이 많아 주목된다. 대신경제연구소 함성식 연구원은 "배당 종목들의 시세 강세와 더불어 시장은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도입으로 새로운 M&A 테마주가 부각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법률상 여전히 제한이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겠지만 IMF 이후 채권단 지분율이 높아진 기업들과 관리종목 등은 PEF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김준억.김상훈기자 kms1234@yna.co.kr justdust@yna.co.kr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