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일 17회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나 내전과 같은 수준의 국제 안보 위협에비유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유엔은 이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지시로 작성한 유엔 개혁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 수개월마다 수천만 명이 에이즈 등 감염성 질병에 희생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보고서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이 다수 발생하고 있으나 오히려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 이 질병에 `인질로 잡힐' 수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국제 비행 시간이 수많은 감염성 질병의 잠복기보다 짧기 때문에 해마다 국제선 승객 7억 명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무의식중에 국제적질병 운반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1919년 전세계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1억 명이 희생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늘날 비슷한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적으로 에이즈 확산에 대처할 전략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안전보장이사회에 HIV와 에이즈를 핵 확산이나 테러, 내전과 비슷한 수준의 "국제적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 문제로 간주하는 특별 회의를 열도록 촉구했다. 에이즈와의 전쟁에 투자된 국제 비용은 1996년의 2억5천만 달러에서 2002년의 28억 달러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연간 1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질병 확산을 막는 국제적 공동 행동의 성공적 사례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기구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신속하게 대응했던 일을 꼽았다. 세계 각국과 여러 기구들은 에이즈의 날을 맞아 1일 또는 전날인 30일 에이즈확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의 피터 피오트 사무총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에이즈확산에 대한 회의를 갖고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HIV 감염자 수가 크게 증가해 위기상황 직전에 이르렀으며 세계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 국무원 에이즈예방사업위원회는 UNAIDS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84만여 명이 HIV에 감염됐으며 긴급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감염자가 2010년까지 1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티칸시티에서는 3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세계 주교회의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책임감 있는 성행위가 에이즈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을 반복, 강조했다고 하비에르 로사노 멕시코 추기경이 전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HIV와 에이즈 확산은 수많은회원국의 개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문제"라며 에이즈와의 전쟁에 새로운 조치들을 취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유엔본부 AFP=연합뉴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