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가 전자민주주의 쪽에서도 선구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스위스의 국민투표에서는 연구목적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허용하는 결정이 내려져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제네바 칸톤(州)에서 실시한 전자투표 실험이 진일보를 이룬 것도 흥밋거리였다. 제네바 칸톤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전자투표를 실험했다. 전국 단위 국민투표에 이런 방식이 도입된 것은 지난 9월이 처음. 지난주의 국민투표에서는그 범위를 4개 시.읍에서 8개 시.읍으로 더욱 확대한 것이 차이점이다. 전자투표가 실시된 칸톤 산하 8개 시.읍에서는 전체 투표자의 23%에 해당하는3천755명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권리를 행사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나가 전자투표기를 조작하는 형태가 미국 등에서 도입된 바 있으나 인터넷 기반은 스위스가 처음. 전자투표는 유권자가 제네바 칸톤이 마련한 특별 웹 사이트에 접속해 생년월일이나 개인적인 질문에 답해 인증을 받은 뒤 투표 카드에 써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서 찬반 여부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개표 작업에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의 나라답게 연간 국민투표의 횟수가 많기 때문에 투표소에 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10년 전부터 우편 투표가 도입돼 정착된 단계.제네바 칸톤의 경우, 투표소에 나간 유권자는 5%였고 우송한 사람은 73%였다. 제네바 칸톤측은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05년의 후반에는 전자투표를 칸톤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실험이 성공적일경우에는 2006년에 전국 단위의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자투표의 최대 약점은 해커에 의한 선거 방해나 투표 결과의 인위적 조작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 제네바 칸톤 당국은 외부 보안회사를 통해 전자 투표 시스템의 침입 가능성을알아보았으나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투표를 위해 임시로 설치된 사이트는 3주가 지나면 해체되기 때문에 해커에 시간적 빌미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제네바 칸톤은 전자 투표의 도입이 투표율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다소 높아오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