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한국경제신문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주최하는 '전국 순회 자산관리 강연회'에 탤런트 전원주씨가 연사로 나서자 청중들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2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엄앵란씨 강연회도 마찬가지였다. "연예인이 재테크에 대해 강연한다고?" 그러나 이들이 마이크를 잡은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반응은 1백80도로 바뀌었다. 60세를 넘은 중년 연예인들이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코믹한 말투로 자신의 재테크 노하우를 하나씩 풀어내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무명 탤런트 시절 겪은 생생한 고생담,절약을 평생 신조로 살아온 삶,분산투자로 돈을 번 얘기 등 과거 경험에서 묻어나는 실전 재테크를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전원주씨와 엄앵란씨는 재테크에 관한 한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 △오랜 연예계 생활동안 스타로 지내면서도 절약정신이 몸에 뱄다는 점 △남다른 재테크 수단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실제 전원주씨는 방송활동으로 번 돈을 저축과 주식,펀드 등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으며,엄앵란씨도 부동산 등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재테크에 관련된 책을 쓴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전원주씨는 '짱 아줌마,전원주의 열흘만에 졸업하는 증권학교',엄앵란씨는 '뜨거운 가슴에 좌절이란 없다'는 책을 펴냈다. 전원주씨의 경우 매년 저축의 날에 연예인대표로 저축상을 받기도 했다. #절약이 최고 미덕이다 전원주씨는 30년의 연기생활 동안 20년을 무명으로 지냈다. 그는 "무명시절 아끼는 정신으로 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약이 몸에 배 지금도 돈만 생기면 바로 은행과 증권사로 달려간다"고 했다. 엄앵란씨도 "16살때 친척집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떡장사를 했을 때 돈에 대한 원수를 갚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며 "그때 다짐으로 평생 아끼며 살아온 게 오늘을 있게 했다"고 했다.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 전원주씨는 오래 전부터 저축과 투자를 병행해왔다. 지금도 여윳돈의 절반은 은행 저축상품에,나머지 절반은 주식 채권 부동산펀드 등에 넣어두고 있다. 연예인 가운데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방송인으로서 불규칙한 수입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라며 "저축이나 주식 채권 펀드 등에 분산투자해 놓으니 경제상황이 바뀌거나 개인 형편이 달라져도 안정된 살림을 꾸려갈 수 있었다"고 체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는 특히 "단기투자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중장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지난 99년 대세 상승장에서 '대박'을 노리고 코스닥 IT(정보기술)주에 투자했다가 적지 않은 손실을 본 후 "직접투자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겨 다양한 상품에 간접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윳돈으로 투자하라 전원주씨는 "재테크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여윳돈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여윳돈이 아니면 쫓기는 심정이 돼 단기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경우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자신만의 목표 수익률을 정한 후 안전자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그가 제시하는 목표수익률은 은행 적금이자를 조금 상화하는 수준이다. 엄앵란씨도 "과거에 잘나갔을 때는 '어디어디 좋은 땅이 있으니 사두라','무슨 주식을 사면 대박이라더라'는 유혹에 걸려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다"며 "돈이 생기면 안전한 곳에 투자해두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노후 미리미리 대비해라 엄앵란씨는 "주위에 잘나가는 연예인들 중 노후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말년에 남모르게 고생하면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하물며 매달 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들로선 젊어서부터 착실히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원주씨도 "아직도 노후를 준비한다는 맘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노후 준비의 최고수단은 여윳돈을 장기간 안전자산에 투자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테크를 잘하기 위해선 공부도 게을리하면 안된다"며 "요즘도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증권사 등을 찾아 열심히 설명 듣고 책도 사보면서 나름대로의 재테크 지식을 쌓고있다"고 전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