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핵심장비 생산업체들의 실적은 올 4분기 이후 내년까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난야(대만) 등 선발업체들이 불황기에 설비투자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CD TV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도 활발해 장비업체들은 내년까지 '불경기속의 수주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 속의 호황 하나증권은 24일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LCD장비 생산업체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장비업체 실적호전 예측 근거로 △반도체·LCD생산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 △4분기 설비투자 집중에 따른 수주 모멘텀 △LCD TV시장 선점을 위한 내년 투자 확대 등을 꼽았다. 이 증권사 이선태 연구원은 "전날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발표한 10월 북미 반도체장비 수주/출하비율(BB율)은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0.96으로 지난 4월 이후 처음 올랐다"며 "반도체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BB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난야 등 D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 특성상 설비투자가 4분기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강력한 수주 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14라인(기흥)과 LG필립스LCD 파주 7세대 라인 신규 투자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올해 국내 반도체·LCD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 8조5천억원보다 42.3% 늘어난 12조1천억원,내년에는 올해보다 3.3% 증가한 12조5천억원선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수주차별화 심화될 듯 장비업체 중 주성엔지니어탑엔지니어링 오성엘에스티 디엠에스가 설비투자 확대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LCD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핵심장비 생산업체인 데다 각자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는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 연말께 예상되는 LG필립스LCD의 7세대 장비발주 수혜주로 수주 모멘텀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장비쪽에서도 주력 제품인 원자층증착장치(ALD) 시장 확대와 하이닉스의 3백mm라인 투자에 힘입어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성엘에스티는 3분기 영업이익(18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17.3% 줄어드는 등 실적이 부진했지만 4분기부터 턴어라운드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7세대 LCD라인(탕정)에 들어갈 장비를 수주한 것이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탑엔지니어링과 디엠에스도 LG필립스LCD의 설비투자로 인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두 회사의 내년 매출액은 올해보다 각각 13.0%와 25.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