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국을 통해 밀입북했다 추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8일 구속기소된 전모(33.무직)씨가 두번이나 북한에서 거부당하며 겪은 만화영화같은 해프닝이 화제다. 검찰에 따르면 월북한 큰아버지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던 전씨는 작년 3월 북한행을 결심, 홍콩을 경유해 인도에 입국한 후 같은해 5월 중순 네팔 카트만두로 들어갔다. 전씨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뼈세공 공장을 운영하는 한 교포의 숙소에서 3개월간머물며 기회를 노리다 같은 해 8월 어느날 무작정 택시를 집어타고 북한 대사관으로향했다. 비장한 각오와 함께 대사관 입구에 도착한 전씨. 초인종 소리를 듣고 나온 대사관 직원에게 여권 등 준비해 간 서류를 보여주며 "북한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드렁한 표정의 직원으로부터 "지금은 점심시간이어서 아무도 없으니 2시간 뒤에 다시 오라"는 맥빠진 대답만 돌아왔고 전씨는 결국 대사관 인근을 배회하며 점심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식사를 끝낸 대사관 직원들이 한두명씩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전씨는 다시 한번대사관 문을 두들겼다. 한 시간을 더 기다린 전씨에게 다시 나온 직원은 "국제 정세가 좋지 않고 남한에서 당신을 납치했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고 끝내 전씨를 거절했다. 입북의 `꿈'을 버리지 못한 전씨는 스위스를 통해 북한에 가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지난 8월 탈북자 진경숙씨가 중국 화룡시 두만강변에서 납치된 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보고 그곳을 통해 월북할 결심을 한다. 결국 9월1일 두만강을 건너 북한땅을 밟은 전씨는 자신이 복무한 부대 내부 구조와 방공포 위치 등 군사정보를 제공하며 한동안 북한의 환영을 받았지만 결국 40여일만에 추방됐다. 평소 상투머리에 두루마기 차림을 즐겨했던 전씨는 북한 당국자에게 북한에서도계속 상투를 틀고 두루마기를 입고 생활하게 해 달라고 `특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