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졸업 뒤 정상화의 길을 걷던 대우건설이 미화 5억3천만달러(한화 약 5천800억원) 규모의 소송에 휘말려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주체가 자산관리공사 등 대우건설 채권단이어서 소송 배경과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부정하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 "㈜대우 채권 대우건설이 갚아라" = 이번 소송은 ㈜대우의 미국 법인인 `대우 아메리카'의 파산관제인이 제기한 것으로 ㈜대우가 진 빚을 대우건설이 대신 갚으라는 것이다. `대우 아메리카'의 파산관제인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외환은행을 포함한 9개 대우건설 채권단이 파견했으며 채권단은 채무 회수 후 배당금을 받게 된다. ㈜대우가 2000년 말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분할되면서 부채는 각각 ㈜대우에 20조7천195억원, 대우건설에 5조654억원, 대우인터내셔널에 3조3천528억원씩 나눠졌다. 이번 소송에 관련된 빚은 당시 ㈜대우가 `대우 아메리카'에 졌던 것으로 ㈜대우가 빚을 변제할 능력이 없으니 ㈜대우의 승계법인인 대우건설이 채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파산관제인측 주장이다. 파산관제인은 소장에서 "㈜대우 분활 과정에서 자산이전으로 대우건설은 부당이득을 취했다"면서 ㈜대우의 분할 과정을 사해(詐害) 행위로 규정했다. 사해 행위란 채무자가 재산 확보를 위해 채권자를 고의적으로 해한 법률행위를 말한다. 이에대해 대우건설은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대우의 분할을 주도한 채권단이 분할 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국내법상 합당하게 이뤄진 사항을 외국 법원에서 시비를 거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소송의 배경과 전망 = 대우건설측은 소송 당사자가 채권단인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우건설 매각대금도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매각 대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 자산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단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과야 어떻게 됐든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도 물론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띄워도 모자랄 채권단이 기업 가치에 흠집을 내는 소송을 제기한 의도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산관리공사측은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소송 당사자가 채권단이 아닌 점을 강조하며 파산관제인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공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여금의 소멸시효가 임박함에 따라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며 "만약 소송을 제기하지않았다면 채권자로부터 피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송 배경을 일부 털어놨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도 소송까지 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중재노력을 해왔지만 무산됐다"면서 "대우 아메리카의 정리작업은 파산관제인이 전권을 위임받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측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 법정에서 다툴 사안이 아니며 ㈜대우에 소송을 해야지 대우건설에 소송을 제기할 사안이 아니라며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 또한 채권단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00년 당시 작성한 ㈜대우의 기업개선작업 약정서에서 채권단은 ㈜대우가 수행하는 회사분할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회사 분할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면서 "이를 위반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는 등 최대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