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대북강경 노선의 위험성을 지적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은 오는 20일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계산된 것로 보인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이 14일 밝혔다. 소식통들은 또 백악관, 국무부 등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월요일인 15일(현지시간) 국무부나백악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 성공에 고무된 나머지 APEC 정상회의에서 노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해 북핵 포기를 강력히 촉구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높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점을 주목했다. 이와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노 대통령이 전날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대화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무력행사' '봉쇄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점을 소개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대선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대북 전술로 압박이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과 관련, AP는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북 경고 내용을 강조한 반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은 채 대 북한 강경노선은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서울발로 '두개의 한국, 미국이 대치 상태를 완화하길 촉구하다'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과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한다면 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각각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CNN 등 다른 주요 매체들은 노 대통령 발언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