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능동적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지속적으로 경쟁사와 차별점을 만들어 내야한다." 정진구 CJ 식품부문 총괄사장은 최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에서의 외식산업"이라는 강의에서 외식 사업의 성공비결을 이같이 요약했다. 그는 또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중요해 지는 것이 기업문화"라면서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이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바꿔라=CEO들이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현재 상황이 신규사업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인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도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를 때 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이르다'라고 말할 때를 시장 진입의 시기로 고르겠다. 능동적으로 소비자를 잘만 끌어들인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배스킨라빈스가 처음 한국에 진출하던 시기인 1985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민소득으로 볼 때 한국에서 아이스크림 외식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장 비싼 아이스크림의 3배에 달했다. 당시 나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겠다고 여기고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배스킨라빈스의 모든 직원에게 배스킨라빈스 명동점에 가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주고 퇴근도 오후 3시에 시켜준 것.이곳에 가지 않으면 퇴근 시간은 6시30분까지 늦춰지기 때문에 직원들은 모두 일찍 퇴근해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명동의 젊은이들은 점차 배스킨라빈스를 찾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나자 매출이 정상궤도까지 올라가게 됐다. ◆무엇으로 차별화를 할 것인가=외식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읽어 과감하게 사업전략을 수정하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파파이스를 맡고 있을 때인 90년대 중반은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강하던 시기였다. 그 때 사용했던 전략이 모든 제품에 냉동닭이 아닌 생닭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제품 단가가 올라갔지만 당시 소비자들은 생닭을 이용한 치킨요리를 먹는 데 아낌없는 돈을 썼고 금세 파파이스는 '고급 치킨체인'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만일 경쟁사의 '차별화 포인트'를 미리 알고 있다면 이를 희석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시절에 나는 아이스크림 중 가장 비싼 재료를 쓰는 하겐다즈가 머지않아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겐다즈의 가장 큰 장점은 천연재료만 사용한다는 것. 나는 의식적으로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내추럴 아이스크림'이라는 문구를 걸었고 실제로 내추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하겐다즈가 한국에 들어와 '천연재료'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마케팅을 벌였을 때 소비자들은 천연재료의 사용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배스킨라빈스는 소비자를 거의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강력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라=스타벅스를 경영하던 시절 가장 강조했던 것이 기업문화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강력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어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회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내가 택했던 방법은 교육과 정보공개다. 점포 바리스터(커피판매자)와 점장들에게 6주간 기본교육을 시켰고 또 다시 6주마다 재교육을 시켰다. 이같은 조치들은 직원들에게 '스타벅스 가족'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게 했고 회사는 직원들을 믿고 고난이도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