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40)은 한 고객으로부터 기가막힌 사연을 들었다. 약 30년동안 경기도 광명시의 토지 약 1만평을 갖고 있었는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되기 3개월 전 토지를 싼값에 처분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린벨트가 쉽게 풀릴 리 없다고 판단했고 돈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기가 바쁘게 그린벨트는 풀렸고 이후 땅값이 급등해 버렸다.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하소연이 줄거리였다. 고 팀장은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지 못하면 누구나 이같이 빗나간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은행원이지만 부동산에 밝은 특이한 사람이다. 지난 10여년간 철책선에서부터 제주도의 끝자락까지 우리나라 땅을 밟아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고객 토지를 분석하기 위해 군부대가 에워싸고 있는 산 꼭대기를 네 번씩이나 찾은 적도 있다. 고 팀장은 "부동산투자는 자신의 인생계획을 미리 짜본 후 그 계획에 맞춰 실행해야 한다"면서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성하더라도 정부정책이나 세금,시장금리 등까지 따져봐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별 포트폴리오 대학을 졸업한 후 결혼하기 전까지는 결혼자금을 모으는 게 최우선 목표다. 목돈이 없는 상태에선 우선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월급의 50% 이상 저축할 필요가 있다. 저축액 중 60%는 은행 적금상품에,20%는 주식에,나머지 20%는 해외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 운용한다. 결혼 후 40세 전까지는 내집마련 시기다. 맞벌이든 아니든 총 자산 중 부동산비중을 약 60%선까지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나머지 20%는 대출상환을 위한 금융상품에,10%는 주식에,10%는 보험 등에 가입하는 게 좋다. 내집을 장만했고 자녀도 있다면 부동산자산 비중이 약 70%에 달할 것이다. 이 때부터는 부동산비중을 50% 수준으로 점차 조절해나가는 게 좋다. 동시에 주식이나 채권,보험 등의 비중을 높여나간다. 노후에는 부동산자산 비중을 더욱 줄여 30%대로 낮춘다. 자식에게 증여하길 원할 경우 30∼40% 정도를 떼어준다. 나머지는 금융자산에 넣어두고 평생 '즐겁게' 소비한다. 금융자산의 경우 간접투자상품이 직접투자보다 낫다.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자산을 줄여가는 게 나이별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또 재산증여는 빠를수록 절세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액별 포트폴리오 5천만원 안팎을 갖고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적은 돈이다. 종잣돈을 더 모으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우선 적립식펀드 등 금융자산으로 운용한다. 동시에 청약통장에 가입,내집마련 기회를 엿보자. 1억원이 있다면 내집마련에 전력투구할 때다. 이 정도 돈이면 수도권 20평형대 아파트를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다. 이때는 자산을 분산하지 말고 모든 자금을 내집마련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다. 이때 반드시 투자가치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5억원 가량 있다면 50∼60%인 2억5천만∼3억원 정도를 부동산에 투자한다. 나머지 10%는 주식에,10%는 보험에,20% 가량은 예금 채권 등 금융자산에 넣는다. 10억원은 투자포트폴리오를 짜기에 가장 애매한 숫자다. 다소 비싸지만 투자가치가 큰 부동산에 넣는 게 좋다. 때문에 부동산비중이 70%대로 올라갈 수 있다. 나머지 30% 내에서 펀드 보험 등으로 운용한다. 2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다면 부동산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게 현명하다. 부동산으로만 자산이 집중되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엔 더욱 그렇다. ◆부동산시장 전망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지난 3년간처럼 해마다 20∼30%씩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경제성장률 만큼 조금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선 결국 성장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지역이나 수도권 일부,충청권에선 단기적으로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 강남지역의 경우 대기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다. 내집마련 시기로는 올해 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를 추천한다. 토지가격은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토지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금운용 계획을 세심하게 짜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토지투자 5계명 ] 1. 지형 및 향을 살펴라 2. 경사도를 살펴라 3. 토질을 살펴라 4. 강 저수지 계곡과의 거리 살펴라 5. 상하수도 문제를 살펴라 -------------------------------------------------------------- [ 이 사람은 누구 ] 고준석 팀장은 지난 90년 신한은행에 입행,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94년 본점 여신관리부에서 경매를 담당한 게 부동산과 인연을 맺은 계기다. 외환위기 때 전국 법원을 돌아다니며 경매의 '실전 감각'을 익혔다. 이때 약 2천건의 경매물건을 취급했다는 게 고 팀장의 설명이다. 주변에선 은행원이 웬 부동산이냐며 '잘 나가는' 국제금융을 공부하라고 조언했지만 개의치 않고 부동산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착실하게 밟아나갔다. 은행권에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개설 붐이 일면서 신한은행의 대표 컨설턴트로 발돋움했다. 고 팀장은 매주 동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부동산재테크전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이 8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 강사다. 고 팀장은 "평생 공부해야 발 끝자락이나마 알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