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주식 유동성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래량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 매수세를 끌어들이기 힘들 뿐 아니라 자칫 투자유의 종목에 지정되거나 퇴출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나 주요주주가 사전에 합의한 가격에 외국인이나 기관에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블록 세일(block sale)'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용 특수 접착테이프 제조업체인 신화인터텍은 11일 오전 시간외거래를 통해 대주주 지분 30만주(4.2%)를 기관투자가 등에 넘겼다. 연기금(15만주)을 비롯 은행 법인 등이 이 물량을 받아갔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54.91%에서 50.71%로 줄어들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면서 "추가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발행 주식 수는 7백15만주지만 최근 60일간(거래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은 3만7천여주로 발행 주식 수의 0.5%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가 뜸한 상태다. 인테리어 시공업체인 희훈디앤지도 최근 잇단 시간외 대량 매매로 유동 물량 확충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개장 전 시간외매매에서 기관이 보유했던 10만주가 외국인에 넘어갔다. 이달 8일과 지난달 27일에도 각각 10만주와 5만주가 시간외거래를 통해 기관과 외국인에 매각됐다. 회사측은 "최대주주 물량에는 변동이 없고 지분을 매각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희훈디앤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순차적으로 외국인과 다른 기관에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활발한 주식 '손바뀜'을 계기로 유동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성적인 '거래 가뭄'에 시달려온 엠케이전자(반도체 재료생산업체)도 지난달 하순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17만주를 외국인과 기관에 팔았다. 이 회사의 경우 최대주주(61.51%)와 2대주주(10%)가 전체 지분의 71.51%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동 물량이 제한적이다. 철강업체인 동국산업도 지난달 대주주와 주요주주가 1백30만주를 외국인 등에 매각,주식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재무구조 등 펀더멘털은 좋은데 거래량이 부족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면서 "이들 기업은 수급 여건만 좋아지면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