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일 사망함에 따라 후계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자치정부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내부에는 아라파트를 승계할 부동의후보자는 없는 상태다. 아라파트가 69년 PLO 창설과 함께 의장을 맡으며 35년간 팔레스타인 1인자로서절대적 지위를 확보, 그동안 후계구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아라파트 사망 전부터 잇따라 회의를 갖고 아라파트 사후 혼란방지와 권력이양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논의도 급물살을 타왔다. 일각에서는 압바스 전 총리가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의 최고 실력자로 부상했다는 관측도 설득력있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권력집단들이 있고 이들 모두 포스트 아라파트를 위해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팔레스타인 정국의 추이가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아랍 전문가들은 당장 지목할 수 있는 후보군을 크게 세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첫째, PLO 고위 간부들로 10년전 자치정부 출범과 동시에 아라파트와 함께 자치지역으로 돌아온 인사들이다. 이들은 아라파트와 개인적 친분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대중과는 유리돼있다는 약점을 안고있다. 이들의 선봉은 아라파트와 불화를 빚어 단명(短命)총리로끝났지만 PLO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마흐무드 압바스다. 압바스 전 총리는 아라파트를 제외하고 팔레스타인 지도자 가운데 최연장자인데다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측으로부터도 선호받고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둘째, 아흐마드 쿠라이 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현직 총리라는 프리미엄과 3인집단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게 강점이다. 그러나 그는 부패의혹과 무능으로 자치의회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고, 수시로 사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셋째, 모하마드 다흘란 전(前) 가자지구 치안대장과 지브릴 라주브 전 요르단강서안 치안대장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이들은 자치지역에서 태어나 1980년대 1차 인티파다를 주도한 차세대 지도자들이다. 더욱이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대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있고 실용주의 사고로 무장된 인사들이다. 마지막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있는 마르안 바르구티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파타운동 산하 무장조직인 알-아크사여단을 지도하면서 수십차례 대이스라엘 테러공격을 조종한 혐의로 투옥돼 있다. 그는 체포되기 전까지 자치의회 의원 겸파타운동 요르단강 서안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젋은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있다. 바르구티는 지난 6월 이스라엘 법원에서 5회 연속 종신형과 함께 40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스라엘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조기석방하지 않고는 정치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아라파트가 사망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을 장악할 새 지도자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라파트의 전기를 집필한 배리 루빈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상태가 계속된다면 그 누구도 후계자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지도자를 둘러싼 타협이나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라파트 사후 팔레스타인은 당분간 쿠라이 현 총리와 압바스 전 총리, 라후이 파투 자치의회 의장 등의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되면서 정권 장악을 위한각 정파와 지도자간의 물밑 싸움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