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남미 순방은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두번째 `남미 나들이'다. 96년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이 처음으로 남미를 방문한 지 8년 만이다. 칠레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이뤄지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거의 10년만에 지구 정반대쪽 남미 국가들을 방문하는 만큼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기대되는 바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하는 남미 3개국은 1960년대 수교한 전통 우방으로서국제 외교에서 별 마찰 없이 보조를 맞춰온 국가들이다. 또한 남미의 거대한 시장은 중국과 비견할 만하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경제ㆍ자원 외교의 주요한 활동 무대로서 손색이 없다. 더욱이 우리로서는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로 남미의 칠레를 선택했고, 이를 중남미 본격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노대통령의 방문은 남미와의 관계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여진다. 한때 대(對)중남미 교역이 200억달러, 대(對) 중남미 투자 100억달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96년 이후 양쪽 경제에 어려움이 커져 한국-중남미경제교역이 오히려 침체기로 돌아섰다. 지난해 교역규모 134억달러는 96년에 비해 한발도 못 나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칠레와의 FTA 체결 그리고 BRICs(브릭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브라질, 남미의 전통적 강국으로 새 경제 원동력을 찾으려는 아르헨티나 등과 무역협력협정을 논의하는 것은 한국 `세일즈 외교'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다. 과거 90년대 이전 원자재 수출 및 내수 중심의 수입대체산업화(ISI) 정책에 주안점을 두었던 브라질과 아르헨은 새 추진 동력을 찾기 위해 중국 등 아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보기술(IT) 진출은 남미로서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야다. 우리 역시 FTA 최초 체결로 더 가까워진 칠레, 세계적인 식량ㆍ자원 보유국인아르헨티나, 차세대 기대주 브라질이 미래의 자원 공급원이자 협력 파트너로 기대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중남미 최대 교민 숫자(약 4만명 추산)가 거주하는 브라질 상파울루와 한국 간 직항로 개설도 최근들어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통령 방문은 교민사회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넘어야 할 관문은 산적해 있다. 한국 대통령의 남미 공식 방문이 두번째일 정도로 한국과 남미는 언어장벽에다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남미 국가들은 교통ㆍ통신 기술의 발달과 `지구촌 경제' 울타리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등 더 이상 먼나라가 아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좌파정권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남미판 실크로드' 남미횡단철도는 아시아-남미 간 `21세기 태평양 시대'를 열 것으로 주목된다. 때마침 멕시코 등 일부 남미 지역에서 한국 연예인 팬클럽 자체 결성 등 좋은조짐을 보이는 `한류 바람'을 적극 이용하면서, 문화ㆍ학술교류부터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남미 주요국에 한국문화원을 개설, 우리를 적극 소개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문화적 이미지가 고양되면 통상 등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통상 문제만 하더라도 이제는 남미의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고 무궁무진한 잠재시장 남미로의 확대 진출을 꾀할 때다. 칠레는 포도주, 브라질ㆍ아르헨티나는 농수축산물의 대(對)한국 수출 확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목자재 가공, 광업을 비롯한 자원 확보와 개발 투자 등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남미의 산업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엄청난 실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축으로 한 경제블록이 남미 전체 대륙으로 확대되고있고,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FTA 협정이 내년 상반기 중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FTA 체결 전까지는 현지투자 확대 등 이른바 `현지화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런 점에서 브라질의 협조로 우리의 미주개발은행(IDB) 정회원국 가입 가능성이 현실화된 점 역시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