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기호학 교수 움베르토 에코 관련서 두 권이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나란히 나왔다. 지적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은 일기'(이현경 옮김)와 에코의 지적 생애를 조명한 전기 `움베르토 에코 평전'(임호경 옮김)이 그것. `작은 일기'는 에코가 1959년부터 1961년 사이에 이탈리아의 유력 문학잡지 `일베리'지에 `작은 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들을 묶은 것으로, 1963년에 처음 선보였고, 1975년에 개정판이 출간됐다. 에코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학적인 패러디를 통해 상아탑에 갇힌 지성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린다. 그는 현대 예술 이론, 비평 이론, 과학 등으로 인간이 얼마나제한된 틀에 갇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지 재치있게 꼬집는다. 15세 소녀에게 끌리는 40대 중년 교수의 심리를 그린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패러디해 80대 노파에게 사랑을 느끼는 청년의 심리를 묘사한 `노리타'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그려 사랑과 성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희한한 세 개의 비평'은 지폐를 예술 작품으로 승격시켜 관찰해 물신숭배 사상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꼬집으며, `아메리카의 발견'에서는 본질을 왜곡하는매스컴의 속성과 메커니즘을 풍자한다. 이처럼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뒤집고 비틀어 봄으로써 오히려 현실을 제 모습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포 강 유역 평야 사회에서의 산업과 성적 억압'이란 글은 아프리카 인류학자들에게 유럽 도시들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고,'포르타 루도비카의 역설'은 지금도 수많은 대학의 건축학부에서 교재로 사용되고있으며, 1866년에 쓰인 유명한 동화 `사랑의 학교'의 등장인물 프란티를 전혀 다른관점에서 해석한 `프란티에게 바치는 찬사'는 이탈리아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는 등이 책에 실린 글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32쪽. 8천500원. `움베르토 에코 평전'은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가 미학사가이자 기호학자, 문학비평가, 매스 미디어 사회학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 그 다양한 면모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에코의 지적 여정을 연대순으로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에코의 지적 생애를 미학적 단계, 기호학적 단계, 문학적 단계의 3단계로 나누어 그 안에서 연관성을 찾아 가면서 에코의 세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있도록 안내한다. 328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