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직함 있는 사람은 얘기도 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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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전 부총리가 최근 열린 한 조찬강연회에서 제자이자 이날의 초청연사인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에게 정부정책과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몇 가지 쓴소리를 한 것이 세간의 관심이다.
"분배 얘기는 입밖에도 내지마라" "학자가 얘기하는 것과 직함이 있는 사람이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책 현안에 대해 오해를 해명하려 하기보다 '앞으로 이런 것을 하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말했으면 한다" "참여정부가 오해받는 이유는 불신에 있다" "지금은 논쟁을 하면 할수록 불신이 많아지고 국론이 분열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조 전 부총리의 당부에 대해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비단 제자인 이 위원장 개인에 대한 충고라기보다 경제학계 원로이자 국가지도층의 한사람으로서 참여정부의 정책운용 자세와 행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꼭 필요한 훈수를 해줬다는 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로 인해 정책의 진정한 의도가 왜곡되거나 오해를 빚고,불신을 자초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결국 갈등과 반목을 키우고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분열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인 언급들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만도 한두번이 아니다.
당장 국무총리의 거친 표현이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었지 않은가.
경제문제만 해도 그렇다.
경기침체로 민생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때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풀어나가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위기냐 아니냐,경제가 망하느냐 안망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의미없는 논쟁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오해를 해명하지 말라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분배얘기는 입밖에도 내지마라"는 언급도 원로 경제학자로서 분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한 말이 결코 아니다.
우리경제는 아직도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그 잠재력을 키워야 되는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섣부르게 분배를 거론하면 자칫 '분배우선'정책으로 오해되고 그것이 사회 갈등과 반목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전 부총리의 고언은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의 지도층과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정말 몇 번이라도 되새겨 보고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