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출신들이 바이오벤처 업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진료나 연구 경험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앞세워 산업적 가치가 높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이들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이같은 강점을 살려 과거처럼 벤처 붐에 편승하기보다는 탄탄한 기술력으로 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제대혈 사업과 세포치료법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이식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상병리학 전문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병리과 전문의이자 교수로 재직하다 동료 의사들과 뜻을 모아 지난 2000년 메디포스트를 창업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3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최근엔 제대혈 보관 수 5만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또 다른 제대혈 벤처기업인 차바이오텍의 정형민 대표는 포천중문의대 교수로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이 회사에는 포천중문의대 차광렬 학원장이 정 대표와 함께 연구팀을 총괄하고 있으며 최영길 강남차병원장을 비롯 김승조 차병원 의료원장 등 포천중문의대 교수들이 대거 팀을 구성,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제대혈 사업 1년반 만에 고객 수 1만명을 달성했으며 줄기세포 치료,유전자 치료,인공장기 등의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질병진단용 DNA칩 시판허가를 받는 데 성공한 마이진의 창업자인 한인권 고문은 성균관의대 교수로,삼성제일병원 내분비과 전문의다. 현 이득주 대표도 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임상경험을 살려 각종 진단칩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에빅스젠의 유지창 대표는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수로 에이즈 진단장비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며 특허를 받은 신약탐색 기술을 활용,에이즈 치료물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리아바이오텍의 임진호 대표는 마리아병원장을 맡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로,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자가연골세포 등 세포조직 개발업체인 듀플로젠의 경우 현 대표는 전문경영인인 김진현 사장이지만 창업자인 민병현 박사를 비롯 아주대 의대 연구진이 핵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보건산업벤처협회 관계자는 "의료계 출신 벤처기업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게 장점"이라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