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김정일 북한 지도자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독일에 비밀리에 특사를 파견했었다고 6일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날 주말 특집판에서 한 면에 걸쳐 당시 특사로 파견됐던 김복덕이 김정일에게 보냈다는 보고서를 번역, 전문을 실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동독 붕괴와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로 이어진 상황에서 남북한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실제 김복덕이란는 특사와 그가 보낸 보고서가 있었는 지 신빙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점들도 적지 않다. 이 신문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김복덕은 베를린에 도착,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럽게 느끼는 점이 있으나 "경애하는 지도자께서 분단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을 결정할 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복덕은 우선 평양에서 보안부서들을 통해 동독에서 접촉할 주요 인사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고 왔지만, 사흘 전에 베를린에 도착해보니 그들은 이미 옛 거주지에 살지 않고 있었다며 정보 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동베를린 거리에는 구호가 적힌 포스터나 정치 지도자들의 동상, 군사행진 무대 등 평양에서 듣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현재 동독은 정치지도자가 없고 동독 정무원과 공화국궁전은 폐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제국주의자들은 동독인들을 ‘불평만 하는 동독놈들이라며 비웃고 있으며, 동독인들에게 필요한 시설이 아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건설해 동독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제국주의자들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한 공략에 불안해진 동독인들은 자신들의 집에 머물며 옛 동독의 영화를 동경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통독 이후 동독인들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뒤 "이는 우리도 동독 처럼국경을 남쪽에 개방하는 전략을 채택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며 "내일 서독지역으로 가 보면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고를 마쳤다. 신문은 번역 게재한 보고서가 당시 김복덕이 보낸 보고서 8개 가운데 첫 번 째것이자 현재 남아서 전해지는 유일한 것이라면서 그는 북한 귀환 후 '반혁명적 일탈행위'로 재판 없이 교화소로 보내졌으나 이후 운명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