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야당폄하' 발언으로 정기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여권에 주문하고 있는 `성의있는조치'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5일 MBC 라디오와의 대담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의 이 총리 파면요구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은 이후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과의원들은 일제히 여권에 대해 `성의있는 입장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우리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이 총리의 파면을 요구해 놓은 바 있다"고 말할 뿐 `성의있는 조치'의 수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선문답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입장은 변한게 하나도 없다"면서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 인식 위에서 성의있는조치가 나와야 같이 국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여권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첫째가이 총리의 파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 정치지도자인 대통령과 총리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정국을 푸는것이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모든 것은 여권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우리는 흥정할 생각은 전혀없다"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 수석부대표도 지난 5일 "다음 주 월요일에도 (국회에) 안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금 그대로 여권과 대통령에 대해 이 총리 파면요구를 계속하고, 성의있는 입장표명을 촉구한다는 그간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총리 파면'이 한나라당의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겠지만, 노 대통령이이를 수용할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이 구호는 정치공세의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수 있다. 둘째, 이 총리의 사과 또는 유감표명을 통한 문제해결 방안이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이미 이 총리의 사과나 유감표명으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고 말하고 있으나, 내심 이 방안을 문제해결의 `출구'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총리가 퇴진하는것이 맞지만 이 총리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여당도 다시는 물리적 충돌이나 불성실한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면서 "당내에서 논의해 봐야겠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하면 얘기는 해볼 수 있는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에 대한 파면이나 사과요구는 명분에 불과하고, 한꺼풀 들춰보면여권이 추진중인 `4대 입법' 때문에 한나라당이 등원거부의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분석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기준(兪奇濬) 의원은 `성의있는 조치'의 범주에 대해 "노 대통령이 총리를 파면하든지 이 총리 스스로 용퇴를 해야 한다"면서도 "여당은 한나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4대입법'을 일방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도 "야당이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데는 `4대 분열법'을 저지하겠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야권 내부의 기류로 미뤄볼 때 이 총리가 `유감표명'을 하고 여권이 `4대입법'을 강행처리하지 않겠다는 점을 약속하는게 `성의있는 조치'의 수수께끼를푸는 키워드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