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후보간 대선 개표는 시나리오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ABC, NBC, CBS와 CNN 등 미국내 주요 방송사들은 개표 결과를 철야 방송했고,미국인들은 밤잠도 잊은 채 두 후보 사이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대결을 손에 땀을쥐고 지켜봤다. 이번 선거 개표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에서 `케리 우세설'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선거가 실시된 2일(현지시간) 월가의 주가는 오름세로 출발, 순탄하게 상승세를타는듯 했으나 출구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어 인터넷 신문 `드러지 리포트'가 최대 접전지역인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의 출구 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예상 외로 부시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해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실제 개표결과 초반부터 부시 대통령이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선거도 막판까지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승부가될 것임을 예고했다. 방송사 등의 합동 출구조사가 처음으로 발표된 것은 3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간). 인디애나와 켄터키,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버몬트, 버지니아 등 6개주에서 2일 발표된 첫 출구조사 결과는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인디애나와 켄터키, 조지아 등 3개주에서, 케리 후보는 버몬트 1개주에서 각각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선거전 예측과 대체로 유사한것이어서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던게 사실. 이어 오전 10시10분께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인디애나 등 7개주에서, 케리 후보는 버몬트를 비롯한 9개주에서 각각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 케리 우세설이 다시 힘을 얻는듯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께 중부지역 승리에 힘입어 부시 대통령이 155명의 선거인단을확보, 112명을 얻는데 그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에 역전한데 이어 오후 1시께 케리 부호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 18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부시 대통령(197명)을 바짝 추격하자 전세계의 시선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 쏠리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선거인단 27명)와 오하이오(20명)는 펜실베이니아(21명)와 함께 최대의 접전지로 3곳 중 2곳에서 이기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분석이 나왔던 지역이다. 두 후보간 숨막히는 개표대결이 부시 대통령쪽으로 급속히 기운 것은 AP통신이오후 1시49분께 플로리다에서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보도하면서 부터. 결국 오후 2시께 부시 대통령은 23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199명을 얻은데 그친케리 후보를 제치고 앞서나갔다. 여기에 오하이오주의 개표 결과도 부시 대통령이 51대 48 정도의 격차로 계속앞서가는 추세가 변하지 않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오하이오 역시 부시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장 보도가전해지고, 핵심지역 중 하나인 네바다주의 선거인단 5명도 부시 대통령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세는 더욱 굳어져갔다. 결국 이날 저녁 7시 50분께 부시 대통령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을 통해"확정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카드 비서실장은 "부시 대통령이 오하이오에서 14만 표차로 앞서고 있어 오하이오 국무장관실이 이런 표차는 잠정투표를 감안해도 통계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고 전해왔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등 민주당 측은 "마지막 한표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