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정기국회 파행을 타개하기 위한 다각적인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한나라당이 이해찬(李海瓚) 총리파면촉구 등 고단위 처방을 요구하고 나서 주내 국회 정상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우리당은 이날 파행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 등 수습책을 한나라당에 제시하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반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사과단계를 넘어섰다며 청와대 항의방문과 이 총리 규탄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 총리가 대정부질문 재개 때 유감표명을 하는 선에서 봉합될 듯 했던 국회 파행사태는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이번주에도 계속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국회가 미국 대선이 끝나는 3일 이후에도 계속 공전할 경우, 미 대선결과와 직결된 외교현안은 물론 새해 예산안 심의 및 민생개혁 입법처리를 방치하고 있다는비난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우리당의 김교흥(金敎興) 노영민(盧英敏) 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우회적으로 `의견표명'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총리는 전날에도 대정부질문자로 선정된 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유감표명을 하는게 어떠냐"는 건의를 받고 "생각해보겠다"며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원내부대표가 전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색깔론과 좌파정부 타령을 그만한다면 우리도 성의있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고,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도 "우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유연한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할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총리 `유감표명'외에도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카드대란 등 이른바 `6대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3일 지역구 사무실과 시.도당사에 총리 파면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4일에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당 소속 의원들과 시도당 당원들이 모인 가운데 이 총리 파면 촉구와 도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와 시기를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고, 의총 직후 남경필(南景弼) 수석원내부대표를 비롯한 항의방문단을 청와대에 보내 이 총리에 대한 파면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여당은) 총리의 사과발언 운운하고 있으나, 이제 사과의 차원을 넘어섰다"며 "위헌과 위법 행위로 자격을 상실한 총리와는 국정을 논의할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총리 해임건의안을 금주중 국회에 제출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뒤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조기 등원론이 제기됐으나, 강경론에 밀렸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국회 파행에 책임이 있다며 양측의 대국민 사과와 조속한 국회정상화, 5당 원내대표 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을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에게 전달하는 등 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김 의장도 이날 낮 천정배 원내대표를 불러 "한나라당과 적극 타협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이뤄달라"고 종용했고, 천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3당의 요구사항은 수용 가능하며 대화와 타협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