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여대생 실종사건이 31일로 닷새째를 맞았지만 뚜렷한 단서나 신빙성있는 제보가 없어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종장소와 가까운 도로에서 옷가지 등 유류품이 잇따라 발견돼 조기해결이 예상됐지만 목격자 탐문과 수색, 감식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통신 수사에 기대를 거는 등 수사폭이 좁혀들지 않고 있다. ◇실종과 유류품 발견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여대생 N(21)씨는 27일 밤 8시25분 수영장을 나와 태안읍 화성복지관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뒤 8시35분께 집에서 2㎞가량 떨어진 와우리공단정류장에서 내린 모습이 버스 CCTV에 잡힌 뒤 행방불명됐다. 버스를 탄 N씨는 집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공단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할 것을 예상했던 N씨의 어머니는 9시5∼10분께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끊긴 상태였다. 이튿날 오전 7시30분께 전화가 됐지만 신문배달원이 주운 것으로 확인됐고 장소는 집에서 수영장과 반대 방향으로 4.2㎞ 거리인 협성대학교 인근 모 아파트 식당커피자판기 앞이었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휴대폰 발견장소에서 N씨의 집 방향으로 오는 편도 1차로 도로변과 집에서 2㎞ 떨어진 보통리저수지 둑에서 N씨가 입었던 청바지와 카디건, 속옷을, 그리고 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수영복을 잇따라 발견했다. ◇탐문.감식 뚜렷한 성과 없어 경찰은 N씨의 청바지에서 혈흔 3점과 상의에서 모발 8점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혈흔의 경우 청바지 안쪽에서 희미한 상태로 발견돼 N씨의 것일 가능성이 높고 모발도 염색으로 약간 탈색된 상태인데다 대부분 긴 머리라 타인의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 유류품이 발견된 도로와 가까운 곳에서 콘돔과 휴지뭉치를 수거했지만 이 또한 최근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사건연관성이 높지 않다. 경찰은 도로변에서 발견된 N씨의 옷가지에 붙어있던 주름조개풀 열매가 음지와나무그늘에서 군락하는 것을 확인, N씨가 야산을 거쳐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7개 중대 600여명의 병력을 동원, 수색을 벌였지만 여대생의 종적을 확인할 단서를 얻지 없었다. 또 속옷이 발견된 보통리저수지에서 잠수부 20여명을 동원해 수색했지만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대생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갈 당시 뒤따라가던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CCTV에 잡혔지만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류품 왜 실종장소 도로변에 버렸을까. 경찰은 여타 실종사건과 달리 유류품이 실종장소에서 승용차로 5∼10분거리의 가까운 도로변에 100∼700m간격으로 잇따라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류품들은 모두 최초 휴대전화 발견장소에서 집과 실종장소로 오는방향 오른편 도로변에, 특히 눈에 띄기 쉬운 지점에 버려졌다. 차량을 몰면서 버렸다는 것인데 수색이 집중되는 실종장소 인근 지점이라는 것은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경찰은 유류품 발견에 따라 일단 범죄 피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용의자가 상식밖의 유류품 처리를 한 데 대해 수사혼선을 주기위한 치밀하고 대담한 수법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인근 야산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었다는 점은 여대생이 실종장소서 먼 곳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용의자가 이를 숨기기 위해 유류품을 실종장소와 가까운 곳에 버리지 않았겠는냐는 분석이다. 실종시간과 휴대폰이 발견된 시간까지 10시간 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사 어려움, 제보 절실 경찰은 실종장소가 과거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성이라는 점을 감안, 곧바로 수사본부를 차리고 60여명의 수사인력과 700여명의 기동대를 동원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N씨가 마지막으로 실종된 지점과 유류품 발견에 따른 용의자의 동선(動線)정도를 파악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발생시간대가 늦은 밤이라 목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N씨가 수영장을 오가며 주로 콜택시를 이용했다는 점을 감안, 봉담읍 일대 택시기사와 수영장 이용자, 실종장소 일대 우범자를 추려 당일행적을 수사중이지만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혐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원한과 금전관계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단서는 없는 상태다. 경찰은 실종장소와 유류품 발견장소를 중심으로 이동전화 기지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사건발생시간대를 전후한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신원을 확인, 용의자를 추린다는 계획이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빙성있는 신고와 제보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신기원.이준서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