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0일 연예정보채널 YTN STAR로 탈바꿈하는 무비 플러스의 연혁을 보면 부평초처럼 떠도는 이방인의 인생유전을 연상케한다. 무비플러스의 전신은 A&C코오롱이 1995년 10월 1일 개국한 문화예술 전문채널 A&C. 99년 2월 1일 문화예술에 영화를 추가한 예술영화TV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2년5월부터는 영화정보 전문채널 무비 플러스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넘겼다. A&C코오롱에서 월드와이드넷으로 바뀐 법인명도 지난 3월 주식의 50.9%를 YTN이 인수함으로써YTN 미디어로 바뀌었다. A&C가 9년 간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한 과정을 보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콘텐츠 시장의 수요 변화 흐름을 가늠할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방송에 예술이란 장르가 발 붙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방송 인허가 주무부처였던 공보처는 93년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자(PP) 허가신청을 공고하면서 문화예술 분야 채널을 고시했으나 희망 사업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공보처는 이듬해 6월 2차 선정 분야를 고시하면서 "문화예술 분야 PP를다시 선정하려는 것은 케이블TV의 저변 확대와 국민 문화 향상에 필요한 채널이기때문이며, 이번에도 신청자가 없을 경우 정부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공보처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코오롱에게 적극 권유해 문화예술 채널을 떠맡기다시피했고 코오롱은 메세나 운동 차원에서 참여를 결심해 94년 10월 허가를 받은 뒤 1차 때 허가를 받은 11개 분야 20개 채널보다 7개월 늦은 95년 10월 1일본방송을 개시했다. 케이블TV PP와 지역방송국(SO)은 초창기에 케이블망 미비와 콘텐츠 부족 등으로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으나 당시에는 모든 채널을 의무전송하던 시기여서 A&C에만특별히 어려움이 가중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를 맞은 데다 SO들이 PP를 선택적으로 송신하고 시청률과기여도 등에 따라 수신료의 차등 배분 폭을 넓히면서 A&C는 한계에 부딪혔다. 출범전 많은 관련 인사들이 "20여 개 가운데 어떤 채널을 즐겨볼 것이냐"는 질문에 보도와 함께 예술을 꼽았지만 정작 A&C의 시청률은 바닥권이었다. 견디다 못한 A&C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시청률은 높은 영화로 전문 분야를 바꾸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 등록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9년 2월 채널 이름만 예술영화TV로 바꿔 부편성이 허용된 20% 범위 안에서 영화 등을 방송하다가 2002년 2월 막을 내리고 무비 플러스로 바통을 넘겼다. 순수 문화예술 전문채널의 명맥이 6년 4개월 만에 완전히 끊긴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7월 26일 공익성 방송분야의 의무전송 방안을 발표하면서 순수 문화예술을 공익성 방송분야로 고시해 SO로 하여금 전체 채널 수의 10% 이상 전송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분야에 전문채널로 등록하겠다는희망 사업자는 여전히 한 곳도 없는 상태. 미국에 예술연예 채널 A&E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함께 뮤지컬, 연극, 오페라,발레, 미술, 고전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소개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는대조적이다. EBS에서 A&C로 옮겨와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한강우 YTN 미디어 제작상무는 "TV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많지 않고 그나마 분야가 다양해 시청률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방송위의 오용수 유선방송부장도 "케이블TV 출범 때부터 정책 당국이 예술 전문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나 시청률이 오르지 않고 투자도 뒤따르지 않아 정책적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